학급 줄여 구조조정… 폐업위기 몰리기도
정혜진 기자 hjin@chosun.com
입력 : 2007.05.30 00:47
서울 노량진의 대입 학원가의 단과반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강사 A씨는 200명 정원인 자신의 강좌에 올해 수강생을 모으는 데 1주일 이상이 걸렸다. 작년에는 하루 만에 모집이 마감됐었다. 이유는 재수생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A강사는 “재수생이 줄어드는 바람에 강사료 받아 학원에 관리비를 내고 나니 집으로 가져갈 돈이 없다는 단과반 강사도 봤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K학원은 작년까지 그 지역에서는 신흥 명문 학원으로 알려져 있었다. 재수생 수는 240명이었다. 대입 합격자를 많이 배출했다는 소문 덕분이었다. 그러나 올해 등록한 재수생은 100명으로 줄었다.
지방 대도시 학원들은 더 심각하다. 광주의 한 학원은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대반·일반대반 등으로 나눠 문과 5개반과 이과 5개반의 10개반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올해 학원생이 줄자 서울대반과 일반대반 4개반만으로 규모를 축소했다.
재수생 감소로 대입 재수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6월 7일 실시하는 수능 모의평가의 지원자를 분석한 결과, 재수생 응시자는 7만4286명이었다. 이는 작년보다 16%(1만3924명)가 줄어든 수치다. 6월 모의평가는 재학생과 재수생이 함께 치르는 첫 모의 평가로, 실제 수능과 비슷한 추이를 보여준다. 이를 근거로 올해 재수생 숫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이 추세를 실제 수능에 적용한다면 재수생은 2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재수생은 14만명 이하로 떨어져 사상 최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재수 기피 현상이 나타난 것은 제도가 변경된 때문이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는 내신 비중이 높아졌고 수능은 등급만 표시된다. 또 일부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논술을 강화했다. 재수생 입장에서는 달라진 제도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셈이다.
이 여파로 서울의 중소 규모 학원, 지방 대도시의 학원 상당수가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수강생 수가 수백 명 수준인 학원이 대부분이어서 앞으로 문을 닫는 학원도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학원가에는 이미 매물(賣物)로 나와 있는 소형 학원들이 적지 않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중소형 학원의 경우 대형 학원에 재수생을 뺏기는 경우도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그러나 대입 전문가들 중에는 6월 이후에는 대학을 다니면서 재수를 준비하거나 1학기를 다닌 뒤 다시 수능을 보는 이른바 ‘반(半)수생’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내신이나 논술은 감안하지 않는 대신 수능만으로 학생들을 뽑는 전형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부 대학에서 휴학을 받아주자, 이 같은 반수생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적이 있었다.
서울에서 300명 규모의 대입 재수 종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J씨는 “작년만 해도 수강생이 400명이었는데 올해는 100명이 줄었다”며 “솔직히 대학생의 1학기 기말고사가 끝나는 6월 중순 이후 반수생이 늘어나기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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