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鶴山 徐 仁 2006. 10. 21. 13:53



생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나 여기 왔네 바람에 실려  
    여름의 첫 날  
    바람이 또 나를 데려가리  
    가을의 마지막 날.

    혼자 와서
    혼자 마시고  
    혼자 웃고  
    혼자 울고  
    혼자 떠나.

    동도 아니고  
    서도 아니고  
    북도 아니고  
    남도 아니고  
    다만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마른 꼴 비에 젖어 / 촉촉한 봄 냄새에 / 씰룩이는 젖소 코.
// 비포장도로의 아득한 끝은 / 구름 낀 하늘을 물고 /
흙먼지 위에는 / 빗물 몇 방울.



늘 누군가와 / 약속을 한 듯하여라 / 오지 않을 사람과……
/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과. // 벌써 몇 해째인가 / 계절 사이에
/ 걸려 나부끼기를 / 지푸라기 한 올처럼.



외로운 첫 가을 / 달 없는 하늘 / 가슴엔 / 노래 백 가닥.
// 비는 먼 바다에 쏟아지고― / 들은 바싹 타 들어가고.



논일하는 농부들 노래 / 기뻐도 // 슬퍼도 / 가락은 늘 하나.
/ 내가 정말 믿는 것 / 밤도 / 낮도 / 끝이 있다는 것.



눈밭에 / 발가벗은 아이 천 명. // 한겨울의 악몽.
// 바람이 / 울부짖고 / 이리가 / 울부짖고―
/ 달은 / 숨었나 / 검은 구름 뒤로.



눈 덮인 벌판의 / 검은 두건 까마귀 / 자기를 보고 놀라다.
// 밤은 / 길고 / 낮은 / 길고 / 생은 / 짧아.



눈밭에 사람 발자국― / 볼 일 보러 가셨나? / 돌아올까?
/ 이 길로? // 눈 덮인 / 묘지에 / 눈 녹는 / 묘비 셋― / 어린 죽음 셋.



생각할수록 / 도무지 모르겠어 / 죽음을 그리 / 두려워할 이유를.
// 눈 녹은 물에 / 저 건너 강 몸 뒤치는 소리 / 다시 들을 날 있을까.



어느새 / 인생 하나 지나와 / 나를 생각하며 우네.
// 나의 죄를 용서해 주기를 / 잊어 주기를―
/ 그러나 내가 다 잊을 만큼 / 깨끗이는 말고.


















사진,시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영화감독)

번역 / 정영묵







♬ Tribute / Yan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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