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아시아 중동圈

"중앙아시아에 가면 경찰을 조심해라"

鶴山 徐 仁 2006. 1. 24. 17:45
2006년 1월 23일 (월) 11:48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김준희 기자]
알마티 기차역 앞에 있는 아블라이 칸의 동상
ⓒ2006 김준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으던 중 많이 들었던 말이 한 가지 있다.

"중앙아시아에 가면 경찰들 조심해라."

처음에는 이 말을 반신반의했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거쳐서 카자흐스탄에 올 때까지만도 경찰들 조심하라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에서는 경찰을 보지 못했고, 우즈벡의 경찰들은 나에게 친절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경찰에 관한 이상한 소문들도 과장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던 도중에 심지어 '카작경찰은 외국인들 귀신같이 알아본다. 처음 시내에 나갈 때는 통역과 함께 가라'라는 글까지 보게 됐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니 현지인과 외국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나에게도 생겼다. 현지인과 외국인의 차이중의 하나는 안경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카자흐스탄에서도 안경을 쓴 현지인을 보지 못했다. 이들은 원래 시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비싼 안경 값 때문에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안경을 쓰고 어딘가 다른 옷차림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외국인 여행자일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머리에 젤이나 무스를 바르고 길을 나서면 그건 백발백중일 거다.

즉, 나는 알마티 시내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눈에 뜨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얀 웨딩 케이크 위를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처럼', 이곳에서 나는 색다른 존재일 것이다.

이렇게 눈에 띄기 때문에 경찰을 조심해야겠지만, 사실 이것도 한계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카자흐스탄에도 길에는 많은 경찰이 있었다. 몇 백 미터마다 한두 명씩 있기 때문에 경찰을 피해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도를 들고 시내를 걷다보면 곳곳에 있는 경찰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경찰 문제는 조심해도 소용없지만, 조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 알마티의 거리
ⓒ2006 김준희
발하쉬 호수로 떠나기 전날, 나도 말로만 들어왔던 카자흐스탄 경찰들과 마주쳤다. 한우리 민박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쉬고 있던 나에게 업무상 카자흐스탄으로 출장 와있는 K가 말을 걸어왔다.

"미스터 김 오전에 뭐 할 거예요?"

"오전에 기차역에나 가볼까 하는데요?"

"기차역에는 왜?"

"악타우 가는 시간 좀 알아보려고요."

악타우는 카스피해에 붙어있는 항구도시다. 그때까지도 카스피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기차역에 가서 정확한 시간을 알아보려 했었다. 그리고 이 길에 K가 동행하게 되었다.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악타우 가는 시간을 알아보았지만, 모두 매진이고 빈 자리가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이 열흘 후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에도 암표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나에게 다가와서 그 이전 표를 사게 해주겠다고 한다. 손짓 발짓과 메모로 이들과 흥정해 보았지만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알마티에서 악타우까지 원래 가격은 6000팅게다(팅게는 카자흐스탄의 화폐단위. 1달러는 약 130팅게). 하지만 이 암표상들은 나에게 1만 팅게를 요구하고 있다.
2006년 1월 23일 (월) 11:48   오마이뉴스
"중앙아시아에 가면 경찰을 조심해라"
[오마이뉴스 김준희 기자]
알마티 기차역 앞에 있는 아블라이 칸의 동상
ⓒ2006 김준희
여행을 떠나기 전에 여기저기서 정보를 모으던 중 많이 들었던 말이 한 가지 있다.

"중앙아시아에 가면 경찰들 조심해라."

처음에는 이 말을 반신반의했다.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을 거쳐서 카자흐스탄에 올 때까지만도 경찰들 조심하라는 얘기는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러시아에서는 경찰을 보지 못했고, 우즈벡의 경찰들은 나에게 친절했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경찰에 관한 이상한 소문들도 과장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던 도중에 심지어 '카작경찰은 외국인들 귀신같이 알아본다. 처음 시내에 나갈 때는 통역과 함께 가라'라는 글까지 보게 됐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보니 현지인과 외국인을 구별하는 방법은 나에게도 생겼다. 현지인과 외국인의 차이중의 하나는 안경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카자흐스탄에서도 안경을 쓴 현지인을 보지 못했다. 이들은 원래 시력이 좋은 건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비싼 안경 값 때문에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안경을 쓰고 어딘가 다른 옷차림에 카메라를 들고 있는 사람은 외국인 여행자일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머리에 젤이나 무스를 바르고 길을 나서면 그건 백발백중일 거다.

즉, 나는 알마티 시내에 나가면 어쩔 수 없이 눈에 뜨일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얀 웨딩 케이크 위를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처럼', 이곳에서 나는 색다른 존재일 것이다.

이렇게 눈에 띄기 때문에 경찰을 조심해야겠지만, 사실 이것도 한계가 있다. 우즈베키스탄에도 카자흐스탄에도 길에는 많은 경찰이 있었다. 몇 백 미터마다 한두 명씩 있기 때문에 경찰을 피해서 길을 걷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도를 들고 시내를 걷다보면 곳곳에 있는 경찰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경찰 문제는 조심해도 소용없지만, 조심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 알마티의 거리
ⓒ2006 김준희
발하쉬 호수로 떠나기 전날, 나도 말로만 들어왔던 카자흐스탄 경찰들과 마주쳤다. 한우리 민박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 쉬고 있던 나에게 업무상 카자흐스탄으로 출장 와있는 K가 말을 걸어왔다.

"미스터 김 오전에 뭐 할 거예요?"

"오전에 기차역에나 가볼까 하는데요?"

"기차역에는 왜?"

"악타우 가는 시간 좀 알아보려고요."

악타우는 카스피해에 붙어있는 항구도시다. 그때까지도 카스피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나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기차역에 가서 정확한 시간을 알아보려 했었다. 그리고 이 길에 K가 동행하게 되었다.

기차역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악타우 가는 시간을 알아보았지만, 모두 매진이고 빈 자리가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이 열흘 후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에도 암표를 파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나에게 다가와서 그 이전 표를 사게 해주겠다고 한다. 손짓 발짓과 메모로 이들과 흥정해 보았지만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알마티에서 악타우까지 원래 가격은 6000팅게다(팅게는 카자흐스탄의 화폐단위. 1달러는 약 130팅게). 하지만 이 암표상들은 나에게 1만 팅게를 요구하고 있다.

좀 싸게 안 될까 싶어서 가격을 깎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분이 상한 나는 K와 함께 택시를 타고 민박집으로 향했다. 문제가 시작된 것은 민박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택시를 타고 한참을 달리던 중에 경찰차 한 대가 택시 옆으로 다가왔다. 난 별일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경찰차 안에는 두 명의 경찰이 타고 있었고 그 경찰들은 우리를 가리키면서 택시기사에게 뭐라고 말을 하더니 길가에 경찰차를 세웠다. 택시기사도 뭔가 알 수 없는 말을 하면서 경찰차 뒤에 택시를 세웠다.

순간적으로 긴장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두 명의 경찰은 차에서 내리더니 택시의 문을 열고 K와 나에게 여권을 요구했다. 난 여권을 꺼내서 내 사진이 붙어있는 앞면과 카자흐스탄 비자가 붙어있는 부분을 경찰에게 보여주고 다시 여권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K에게 있었다. 여권을 민박집에 두고 나온 것이다. K에게 여권이 없다는 것을 안 경찰은 차에서 내리라고 하더니 K의 몸수색을 시작했다. K는 체조선수처럼 팔을 벌리고 서있고 경찰은 K의 주머니를 뒤져보더니 경찰차에 타라고 시늉을 했다.

▲ 알마티의 거리. 멀리 천산이 보인다.
ⓒ2006 김준희
K는 서툰 러시아어로 민박집 명함을 보이며 여권을 두고 나왔다고 말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K는 경찰에게 밀리듯이 경찰차에 올랐고 나도 함께 경찰차에 탔다.

차 안에서 다시 실랑이가 시작되었다. K는 민박집에 여권을 두고 나왔으니까 민박집으로 가자고 했고 난 경찰에게 전화 거는 시늉을 하며 전화 한통만 하자고 했지만 모두 무시당했다. 왠지 이들의 속셈은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운전대를 잡은 경찰은 여권이 없으면 문제가 된다면서 어딘가로 차를 몰아갔다. 처음 차에 올라탈 때는 경찰서로 가는 줄 알았는데 보아하니 경찰서로 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잠시 후에 차는 인적이 드문 곳에 멈추었다. 분명 이들은 다른 속셈이 있었다. 나와 K는 계속 민박집과 전화 얘기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른 꿍꿍이를 가진 경찰에게 그게 통할리가 없다.

조수석에 앉은 경찰은 수첩을 꺼내서 뭔가를 적더니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70$'. 여권 없이 거리에 나온 대가로 이들은 70달러를 요구했다. K는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돈을 꺼냈다. 경찰차 안에서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방법이 없다고 느꼈으리라. K는 얼마인지 모를 돈을 건네주면서 나에게 말했다.

"됐어. 내려."

내리려고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경찰차의 뒷좌석은 안에서 문을 열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내리려면 경찰이 밖에서 문을 열어주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이다.

K가 경찰에게 준 돈은 5000팅게였다. 우리돈으로 약 4만 원 가량 되는 액수다. 하지만 경찰은 만족하지 못했는지 다시 수첩에 뭔가를 쓰더니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10000'. 이들은 자신들은 두 명이라며 합계 1만 팅게를 요구했다.

K와 나는 더 이상 돈이 없다고 말하며 민박집으로 가자고 했다. 계속 '노 머니'를 외쳐대니까 경찰은 웃으며 뭐라고 말을 하더니 다시 차를 운전하기 시작했다. 나와 K는 민박집의 주소를 러시아어로 말했고 경찰은 알았다는 듯이 말을 하며 운전을 했다.

"왜 여권을 안 가지고 나오셨어요?"

하나마나한 질문이지만 궁금해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왜 여권을 안가지고 시내에 나온 것일까.

"아니 어제도 여권 없이 시내에서 밤에 술 마셨는데 괜찮더라고. 그래서 오늘도 그냥 안가지고 나왔지."

한참을 달린 경찰차는 민박집 앞에 멈추었다. 조수석에 앉아있던 경찰은 차에서 내려 뒷문을 열어주었다. 안도감을 느낀 것도 잠시, 난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카자흐스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국 소문으로만 듣던 경찰들을 직접 만난 날이었다. 내일이면 난 알마티를 떠나 혼자서 발하쉬 호수로 가야한다. 가는 동안에는 무사할 수 있을까. 도착하고 나면 그곳에서는 어떤 경찰들을 만나게 될까. 발하쉬는 멀고 불안감은 쌓여만 간다.

/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