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물결치는 ‘억새 바다 ’… 가을낭만이 출렁거리다
- 정선 민둥산 억새산행
보아라! 은빛 파도가 춤을 춘다. 곱게 빗질해놓은 머리카락이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터지고, 솜 같은 흰 꽃이 함박눈이 되어 내려앉은 듯 온 사방에 흩날려 눈부시다. 이리 보면 은빛 물결이 넘실대고, 저리 보면 황금빛 물결이 소용돌이치니, 이게 무슨 신의 조화인가? 소슬히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휘휘 휘어져 흔들리는 억새허리, 금세라도 꺾어질 듯 휘청거리는 그 아찔한 유혹. 가을산 능선마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 그리고 바스락거리며 부르는 억새떼의 합창소리 들으며 산 속의 바다도 깊어진다. |
가을의 시작이 단풍이었다면, 가을의 피날레는 단연 억새다. 가을에 꽃이 터지는 억새는, 하얀 솜털 같이 부드럽고 우아해 일년 산행 중 첫손으로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특히 억새의 절정인 11월은 온 산에 흰 눈이 내린 것처럼 아름다운 은빛으로 뒤덮힌다.사실 억새꽃은 홀로 있을 때는 밋밋한 풀처럼 볼품이 없다. 하지만 무리지어 있을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솜 같은 꽃이 바람에 흩날리고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반짝일 때는 황홀하기 까지 하다. 바람 불어 좋은 날, 억새 산행을 떠나보자. 바람 따라 은빛물결 출렁이는 억새를 감상하기에 좋은 곳으로 보통 정선 민둥산과 밀양 재약산을 꼽는데 이 중에서도 정선 민둥산은 억새로 소문이 자자한 산이다. 지금도 14 만 평의 민둥산은 은빛 물결을 마구 뿜어내고 있다. |
까까머리 민둥산에 흰 꽃이 터지다 강원도 정선, 아라리요 ~ 구슬픈 가락을 품에 안으며 옛 선비들의 애환을 닮아 구불 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다 조그마한 역에 도착한다. 민둥산 산행은 자가용보다는 기차로 가는 편이 좋다. 청량리에서 기차를 타고 증산역에서 내리면 바로 등산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도 좋고, 수도권에서 출발 한다면 등산하고 식사하는 정도에 딱 들어맞기 때문. 4시간여 철로를 따라 내달리다 맞는 증산역은 참으로 오지다. 은행도 하나 없고, 가게들도 조용하다. 허나 증산역에서 물끄러미 하늘 쪽을 올려다보면 민둥산을 한 눈에 잡을 수 있다. |
민둥산, 이름부터가 우습다. 산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정상에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으로 수십만 평에 달하는 주능선 일원이 온통 억새풀밭으로 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유는 예로부터 나물이 많이 나게끔 매년 한 번씩 불을 질러왔기 때문에 나무 한그루 제대로 자라지 않는 까까머리가 됐다고. 이 까까머리 민둥산이 가을이 되면 흰 꽃이 핀다. 마치 거대한 왕릉처럼 생긴 능선에 펼쳐진 은빛의 억새 바다가 가을바람에 몸을 내맡긴 채 하늘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요, 끝없이 이어지는 평야 같은 억새밭은 가을산을 찾는 등산객을 압도하기에 충분하다. 산행의 시작, 발구덩 마을의 유래를 아시나요? 민둥산 억새 산행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명 억새마을이라고 불리는 남면 능전마을에서 증산초교를 거쳐 민둥산 기슭에 위치한 '발구덕 마을' 까지 약 40분쯤 올라가 거기에서 다시 등산로를 따라 40 분 쯤 걸어올라 정상에 도착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증산초등학교에서 승용차로 발구덕 마을까지 올라 가는 방법이 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전자의 산행코스를 추천한다. |
민둥산 산행들머리인 증산초등학교에서 민둥산을 거쳐, 정선군 동면 화암약수까지 이어진 등산로는 약 15km 정도로 길이 뚜렷해 서울에서 당일 산행지로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지그 재그와 거의 40 도 가까이 되는 직선 등산로가 반씩 섞여 있는데 내리막 한번 없는 오르막길이라 평소에 등산을 꾸준히 한 사람들도 이 구간에서는 숨을 헉헉거리게 되지만, 그리 길진 않으니 쉬엄쉬엄 올라가자. |
민둥산, 억새들의 합창소리를 듣다 산행전에 주의해야 할 점은 민둥산의 억새들이 거의 한 길이 넘고 빽빽하게 자라 쉽게 빠져 나가지 못할 정도이니 길을 잘 모르면서 어림짐작
만으로 |
'아아 ~ 으악새 슬피 우니 ~ 가을인가요’ 거친 숨을 쉬면서도 불현듯 어머니가 읊조리시던 노래를 벗 삼아 오르기 시작한다. 산행 1시간 째. 땀을 식히며 고개를 들어본다. 꽤 높이 올라왔는지 증산에서 올려다 보이던 높은 산들이 이제는 거의 눈 높이 수준이다. 잠시 후 어른 키가 훨씬 넘는 억새 숲에 다다른다. 억새가 보인다고 정상에 도착한 것은 아니다. 억새 한가운데로 뻗어있는 등산로를 따라 다시 10여분 가까이 걸어야 한다. 정상에 가까워 짐에 따라 억새는 점점 촘촘해진다. 어른의 키를 넘는 억새 사이를 헤엄치듯 비집고 걷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민둥산 산행의 묘미는 정상에서 시작 ! |
30여분 억새밭길을 더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마련된 곳이 바로 정상. 정상을 비롯한 일대의 주능선은 모두 억새천지였다. 억새에 부딪쳐 잘게 부서진 햇살은 눈이 부셔 쳐다보지도 못할 지경이었다. 밋밋하게 생긴 볼품없는 민둥산에 이런 절경이 숨어있다니! 1시간 반 동안 흘렸던 땀방울을 드넓은 억새가 보상해 주고도 남을 만큼 풍광이 경이로움 그 자체다. |
완만한 능선을 따라 억새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나 정상에서 지억산 쪽 능선 저 너머까지 억새의 누릇한 은빛색채로 물결쳐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지억산(1117m), 서북쪽은 삼내약수, 화암약수로 내려가는 골짜기, 동남쪽으로는 백두대간 줄기의 하나인 함백산 자락이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진 산자락은 억새 못지 않은 볼거리다. |
정상에서 안내판을 따라 발구덕 마을을 지나 내려오는 길은 좁은 등산로로 가파르긴 하지만, 융단처럼 깔린 낙엽 길을 밟는 재미도 쏠쏠하다. 억새산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낮의 억새를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저녁 녘 해질 무렵에 황홀한 낙조의 붉은 빛을 머금으며 황금빛을 털어내는 억새의 모습을 감상하길 권한다. 발갛게 달아오른 산봉우리와 그것을 어머니 품처럼 감싸고 있는 억새의 모습은 스산한 가을의 서정이 긴 여운으로 남기 때문이다. <플러스 알파 - 꼭 알아두고 가세요!> ▶ 민둥산 등산코스 1) 증산초교 - 발구덕 - 정상 (4㎞ : 90분) 2) 화암약수 - 불암사 - 구슬동 - 정상 (12km : 240분) 3) 삼내약수코스: 삼내약수→(50)갈림길→(70)정상 ▶ 민둥산 가는 방법 - 자가 이용시 1) 서울 -> 영동고속도로 -> 새말 I.C -> 안흥 -> 평창 -> 정선 -> 남면(증산초등학교) (3시간 30분 소요) 2) 서울 -> 영동고속도로 -> 진부IC -> 정선 -> 남면(증산초등학교) 3) 중앙고속도로 -> 제천 -> 영월 -> 신동 -> 남면(증산초등학교) - 대중교통 이용시(기차) 태백선(청량리 ↔ 증산) 청량리역 → 원주역 → 제천역 → 증산역 하차 → 증산초교 (1일 7회 운행) - 현지교통 1) 정선에서 시내버스로 남면까지 06:40-16:30 중 5회 운행, 40분 소요 2) 택시 이용시 정선에서 남면까지 약 30 분 소요 3) 서울에서 증산까지 가는 열차가 청량리역에서 출 발하며, 새마을호 1회, 무궁화호는 각 6회가 있으며 소요시간은 3시간 20분 ~ 4시간 20분 정도 ▶ 그 외 가볼만한 곳 소금강 , 아우라지 , 구미정 , 두위봉 - 정보제공자(글/사진) : 한국관광공사 인터넷 기자, 손은덕(jjanji23@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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