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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汎현대가' HDC-현대차, 하늘길에서 만난다

鶴山 徐 仁 2019. 11. 13. 20:11

'汎현대가' HDC-현대차, 하늘길에서 만난다

조선비즈
  • 진상훈 기자 

  • 입력 2019.11.13 16:38 | 수정 2019.11.13 17:50

    HDC 항공업 진출 vs. 현대차 ‘개인용 비행 모빌리티’
    정몽규 HDC 회장, ‘모빌리티’ 강조하며 항공업 외 사업 확장 속내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모빌리티에 도시 계획까지 포함"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6,320원▼ 260 -3.95%)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단순히 항공사를 운영하는데서 머물지 않고 운송업과 연계된 다양한 신규 사업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정몽규 회장이 이끄는 HDC그룹은 지난 1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조선일보DB
    만, 정 회장은 자신이 언급한 ‘모빌리티’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를 잘 아는 재계 관계자들은 정 회장이 과거 현대자동차 (124,500원▼ 1,000 -0.80%)를 이끌었던 점을 근거로 그가 항공사를 기반으로 플라잉카(flying car·하늘을 나는 차)를 비롯한 다양한 공중 운송서비스업 진출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공교롭게도 현재 현대차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역시 최근 플라잉카를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고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재계에서는 지난 1999년 정몽규 회장이 현대차의 경영권을 사촌형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넘긴 이후 20여년만에 하늘길을 무대로 범(汎)현대가가 새로운 경쟁 구도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800조원 新시장 잡아라…정의선 "플라잉카가 미래 핵심 성장산업"

    정몽규 회장에게 자동차는 언젠가 반드시 다시 시작해야 할 숙원사업이었다. 그의 아버지인 고(故) 정세영 현대차 회장은 1967년 현대차를 설립하고 성장시키는데 큰 공헌을 해 생전 주력모델의 이름을 딴 ‘포니 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들은 정 회장 역시 ‘포니 정 주니어’로 해외에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재계 관계자들은 12일 기자회견에서 정 회장이 모빌리티란 단어를 강조한 점도 향후 자동차와 연관된 신(新)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한다. 특히 하늘을 나는 개인 이동수단(PAV·Personal Air Vehicle)인 플라잉카는 항공업과 자동차 산업 모두 연관돼 향후 정 회장이 가장 눈독을 들일만한 사업영역으로 꼽힌다.

    주요 업체들의 플라잉카 프로젝트와 상용화 목표/각사 제공
    플라잉카는 최근 경쟁이 포화상태에 이른 자동차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사업이다. 헬리콥터나 경비행기 등과 달리 플라잉카는 소음이 적고 육상 운송수단에 비해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어 상용화 될 경우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오는 2040년까지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시장의 규모가 1조5000억달러(약 18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미 도요타와 아우디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항공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선언한 후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는 자회사인 우버 에어를 통해 내년부터 하늘을 나는 ‘플라잉 택시’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보잉과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조사들도 플라잉카 제작에 뛰어든 상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2029년이 되면 플라잉 택시가 상용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 제공
    최근 현대차그룹의 혁신과 미래 투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도 플라잉카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지난달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가진 임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미래에는 전체 사업에서 플라잉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에서도 "플라잉 택시가 2029년쯤에는 상용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 서비스업 다변화 노리는 현대차…HDC와 공생 또는 경쟁 기로에

    향후 플라이카를 기반으로 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정몽규 회장의 HDC그룹과 정의선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될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만약 HDC가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기반으로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하고 현대차는 플라잉카를 제조해 공급하는데만 집중한다면 양 측은 공생 관계를 이룰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단순히 하드웨어를 만드는데서 벗어나 서비스업까지 진출을 모색한다면 두 그룹은 경쟁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부친인 정세영 명예회장이 '포니'를 운전하는 모습. 그는 1974년 국내 최초 승용차 고유 모델인 포니를 개발·수출해 '포니 정'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현대산업개발
    실제로 정의선 부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현대차그룹이 제조업을 넘어 서비스업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그랩을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지상 교통서비스 시장은 기존 택시업계 등의 반발에 부딪혀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시장인 플라잉카는 완성차와 항공, 운송서비스 등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에게 모두 문이 열려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한 정몽규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당숙-종질’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충분히 큰 상황인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몽규 회장은 현대차그룹과의 관계를 고려해 자동차 사업에 대한 애착을 눈에 띄게 드러내지 않았지만, 항공사를 인수하게 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문제 등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면 도심 항공 모빌리티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