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기고] 동해안 화재 때 큰 홍수 대비해야

鶴山 徐 仁 2017. 6. 6. 15:39

[기고] 동해안 화재 때 큰 홍수 대비해야

  •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 2017.06.06 03:09   


이삼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영동 지방엔 봄철만 되면 계절적인 기상 특성과 지형적인 영향 탓에 고온 건조하고 초속 20m를 넘나드는 강풍이 1주일이 멀다 하고 분다.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확산에 결정적인 도깨비불의 불씨가 되는 소나무 등 침엽수림이 우거져 있고, 산악 지형이라 소방 활동도 어렵다. 지난달 초 강릉과 삼척의 대형 산불은 이런 악조건에서 발생했다. 산림청은 두 지역의 피해 산림 면적이 축구장의 1400배 정도인 1017㏊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큰 산불 후에는 산림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지 2차 재해가 닥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동해안의 봄철 산불은 홍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2002년 태풍 루사 때 악몽 같은 홍수 피해를 본 동해안 지역을 돌아보며 충격적이고 특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엄청난 폭우가 홍수의 직접 원인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방재 당국이나 재해 전문가들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또 다른 원인을 확인했다. 동해안 하천들은 산불이 발생하고 나면 일반 하천과 성격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싹 변모해 버린다.

산불 발생 후엔 이전보다 홍수 흐름이 빨라지고 순간적으로 홍수량이 급증한다. 게다가 산사태 때나 볼 수 있는 토석류(土石流) 등 큰 돌이 섞인 토사와 불탄 잡목들이 홍수에 실려 하천으로 한꺼번에 흘러들어 하천 형태가 바뀐다. 하천으로 흘러든 많은 토사가 작은 교량 상판까지 쌓이거나, 물길 자체가 구불구불한 하천을 벗어나 직선 도로처럼 곧장 뻗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돌진하기도 한다. 불탄 나무가 떠내려오다가 교량에 걸려 물길을 막으면서 홍수가 범람해 마을이 물바다가 되기도 한다.

5월7일 밤 강원 삼척 도계읍 인근 야산에서 불이 꺼지지 않고 밤새 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동해안 하천들은 길이가 짧고 산속을 급하게 흐르다가 금세 완만해진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홍수 시 불어난 물이 계곡을 따라 떨어지듯 흐르면서 에너지가 응축된 후 계곡을 빠져나와 마을에 접어들자마자 그 에너지가 폭발해 재해를 야기한다. 홍수와 함께 계곡에서 떠내려 온 토사와 불탄 나무는 해수면의 영향으로 바다로 신속히 빠져나가지 못하고 주민 거주 지역의 강바닥에 쌓이면서 범람해 물길 자체가 바뀌곤 한다. 바다의 조류(潮流) 탓에 강 하구가 모래톱으로 막힌 곳도 드물지 않다. 홍수해에 매우 취약한 이러한 구간이 동해안을 향해 흐르는 하천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처럼 다량의 토사나 폐목이 유입되는 동해안 하천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제방을 쌓아 계획 홍수위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분명 한계가 있다. 지난달 산불로 잠재적인 홍수 피해 위험성을 잉태한 강릉 남대천과 삼척 오십천 등은 이런 이유로 홍수 대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선조가 많은 토사와 잡목이 자연적으로 쌓일 하천 내 넓은 공간을 확보한 것이나, 울산 태화강 대나무숲을 비롯해 울진 왕피천, 강릉 남대천 등 동해안 하천 곳곳에 강가를 따라 수해 방비림(防備林)을 조성해 토사를 동반한 홍수로부터 마을과 경작지를 지키려 했던 지혜에 새삼 놀라게 된다. 향후 남대천과 오십천을 시험 삼아 산불로 불탄 지역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해 동해안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지역 단위 맞춤식 방재 매뉴얼과 하천 및 교량 설계 기준을 새로 마련해야 한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5/201706050267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