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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정치] '동네북' 된 선거 여론조사

鶴山 徐 仁 2017. 4. 25. 21:34

[여론&정치] '동네북' 된 선거 여론조사


입력 : 2017.04.25 03:05   

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
홍영림 여론조사 전문기자


과거에 비해 전화 여론조사를 하기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는 통신 환경의 변화이다. 집 전화 없이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표본 구성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선 "여론조사에서 노년층이 많이 쓰는 유선전화(집 전화)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청년층이 많이 쓰는 무선전화(휴대전화)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자 민주당 일각에서 "여론조사에 무선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전 의원은 얼마 전 인터넷 방송에서 "무선 80% 유선 20%가 통상적 비율인데, 안 후보 지지율이 높은 조선일보 조사는 유선 비율이 (45%로) 굉장히 높았다"고 했다. 특정 후보 지지율을 일부러 높이려고 유·무선 비율을 조절하고 있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올해 5차례 발표한 조선일보 여론조사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연초부터 일관되게 유·무선 비율을 45% 대(對) 55%로 유지하고 있다. 안 후보 지지율이 9%에 그쳤던 3월 3~4일 조사, 38%로 급등한 4월 7~8일 조사, 26%로 다시 하락한 4월 21~22일 조사 모두 유·무선 비율이 같았다. 관련 자료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금방 찾아볼 수 있다.

더구나 무선 비율을 80%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학술적 근거도 없다. 한국조사연구학회 연구 보고서(2016년 11월)에선 "가입자 수 측면에선 무선전화 방식이 나은 것으로 평가받지만, 응답자의 조사에 임하는 환경 측면에선 유선전화 방식이 우수하다"며 "유선과 무선 조사의 응답 결과가 다를 경우에는 절반 정도씩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체 가구 중 가정용 전화 회선의 사용 비율이 아직 50%가량인 점도 고려한 분석이다. 지금보다 유선전화가 줄어들 경우 추가 연구를 통해 유·무선 비율이 조정될 수 있다.

23일 오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뉴시스
그런데 비(非)전문가 그룹인 정치권의 공세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들어 일부 언론이 여론조사를 할 때마다 무선전화 비율을 높이고 있는 점이다. 한 신문은 무선 비율이 2월 50%, 3월 61%, 4월 83% 등으로 급등했다. 자체 조사팀을 이용하는 다른 한 신문도 무선 비율이 2월 62%, 3월 66%, 4월 71% 등으로 계속 높아졌다. 유·무선 비율이 조사 때마다 들쭉날쭉한 사례도 많다. 판세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동일한 방식으로 조사를 반복하는 것이 상식이다. 지지율 선두부터 하위권까지 모 두 나서서 "여론조사를 못 믿겠다"며 '동네북'처럼 두들기는 이유도 상식과 원칙을 벗어난 조사가 많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가 원칙을 지키며 '숨은 표' 포착, 응답률 하락 방지 등 난제(難題)를 풀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동네북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대선 여론조사가 빗나가지 않는다고 해도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 격'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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