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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文, 집권 때 北이 싫다고 하면 안 할 텐가

鶴山 徐 仁 2017. 4. 24. 22:49


[사설] 文, 집권 때 北이 싫다고 하면 안 할 텐가


    입력 : 2017.04.24 03:10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때 '북에 물어보고 기권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과 관련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3일 대선 후보 3차 TV토론에서 '기권' 입장은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북의 입장을 타진하는 전통문을 보낸 것도 '찬성'할 경우 북이 어떻게 나올 것인지 확인해보는 차원이었다고 했다. 문 후보 측은 토론회를 몇 시간 앞두고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이라며 자료 세 가지를 공개했다. 문 후보 측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내용과 대동소이하다.

    문 후보 측 주장 요지는 2007년 11월 16일 '기권' 입장이 결정됐으나 송민순 외교부 장관이 반발하면서 북측 입장을 한 번 더 확인해보기로 하고 11월 19일 북에 '우리가 어떤 입장을 정해도 남북 관계에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전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의 전통문을 보내오자 그대로 '기권' 입장으로 가기로 최종 결정해 21일 기권 표결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은 북에 물어보기 전인 11월 16일 이미 기권 입장을 정했다는 부분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기권 결정 시점은 북측 반응이 온 뒤인 11월 20일이었다고 발표했었다. 문 후보 측은 북에 보낸 전통문에 대해 처음엔 '기권' 입장을 통보하는 것이었다고 했다가 이제는 찬성할 경우 북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떠보기 위한 것이었다 한다.

    문 후보 측 지금 주장을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면 기권키로 잠정 결정했다가 외교부 장관이 반대하니 북의 반응을 알아보았고 북이 반발하자 기권으로 최종 결정했다는 것이 된다. 문 후보는 지난 2월 9일 TV에 나와 똑같이 얘기했다. 문 후보 측은 이것은 '북에 물어보고 기권한 것이 아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물어보고 기권한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한다. 진상의 골격은 어느 정도 드러나 있는 셈이다. 같은 사실을 두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데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북한 정권에 주민 인권을 개선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대한민국이 앞장서 찬성해야 할 내용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기권했다. 당시 남북 간에는 총리 회담 등 여러 접촉이 이뤄지고 있었다. 문 후보 측은 우리가 찬성할 경우 이런 남북대화가 모두 깨질 것을 우려했다고 말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은 인류가 공분해야 할 범죄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 찬성했다가 호전되면 기권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가 우리를 어떻게 보겠는가. 서구 유럽은 소련과 동구권이 아무리 반발해도 인권 문제를 꾸준히 제기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동구권도 인권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이 정권에 따라 인권 정책까지 왔다 갔다 한다고 믿게 됐다. '햇볕' 맹종이 만든 비극적 현상이다.

    문 후보는 여론조사상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문 후보 측이 이날 공개한 문건을 보면 당시 문 후보는 기권이 아니라 찬성하는 게 낫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은 내용도 있다. 하지만 문 후보는 정권 2인자인 비서실장이었다. 그래서 '집권해도 북이 싫어하고 반대하는 일은 안 할 것이냐', '북 반응에 따라 찬성·기권 여부를 결정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선 후보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그런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 후보는 북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공약을 지키라'고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문 후보는 이번 문제와 관련해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송 전 장관이 거짓말을 한다고 했고, 이제는 북한 반발이 심할 것 같아서 기권했다고 한다. 긴급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국가가 위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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