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정 칼럼] 美 航母가 오는데 왜 우리가 떠나
입력 : 2017.04.12 03:17
미국의 강공 전략에 한국이 먼저 두려워한다
용기도, 배짱도 없이 得失에나 연연하는 동맹국을 끼고 北核을 어떻게 해결하나
이란 핵(核)이 북핵과 다른 길을 간 데엔 거친 이웃들의 역할이 컸다.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제기되자 이스라엘은 "미국이 막지 않으면 우리가 핵 시설을 폭격하겠다"고 했다. 말로 그치지 않고 이란의 핵 과학자 5명을 암살한 의심까지 받는다. 또 다른 이웃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이 미국에 요구한 말은 무섭다. 뱀의 목을 쳐달라고 했다.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 요구였다. 거친 이웃들이 와글거리는 가운데 미국은 이란에 카드를 내밀었다. '타협 아니면 폭격.' 확실한 신호였다. 게임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북핵이 이란 핵 문제와 다른 길을 간 것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 이유를 댄다. 북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이 북한을 옹호하면서 북핵 문제에 미온적이기 때문이라고 원망한다. 미국이 중동과 테러 이슈에만 신경 쓰고 북핵 문제를 방치하다가 '실패한 30년'을 자초했다고도 비난한다. 무리한 비판이 아니다. 미·중은 핵 기득권자로서 한국의 핵무장을 막고 있다. 무슨 방법으로라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야 할 의무가 그들에게 있다. 물론 그렇다고 이웃인 우리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제 밤 일본 공영방송 NHK가 한반도 긴장 상황을 보도했다. 미 핵 추진 항공모함 전단(戰團)의 한반도 이동을 보도하면서 '북폭설(北爆說)'을 소개했다. 미 정부의 강경 자세로 미뤄 낭설로만 넘길 수 없다는 뉘앙스였다. 하지만 실행되기 어렵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자국민 피해를 우려해 북폭에 반대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발언이 마침 정부에서 나왔다. 통일부는 "(북폭설을)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장관도 나서 "안보의 핵심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외교는 게임이다. 게임엔 전략이 있다. 강공(强攻)은 상대의 공포심을 자극해 양보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항모 전단 재배치와 북폭설도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얼마 전 미국은 시리아를 실제로 폭격했다. '타협 아니면 폭격'이라는 확실한 신호를 북한에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10년 전 이스라엘이 이란 폭격 의지를 내보이기 위해 때린 곳도 시리아였다. 그땐 세상이 믿었다. 그런데 지금은 확신하지 않는다. 북폭설이 나오면 북한보다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요동치면서 반대하는 쪽이 한국이기 때문이다. 적국을 위협했는데 동맹국이 먼저 떨면 어떤 강공도 통하지 않는다.
어느 대선 후보는 북폭설과 관련해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다. 국민 모두 같은 마음이다.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는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그렇게 말하는 순간 정상적 타협이 물 건너가고 굴종만 남는다. 요즘 대통령 선거에 나간 후보들 사이에 가장 심한 야유가 '남자 박근혜'라고 한다. 그렇게 조롱을 당하는 처지이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도 평가할 만한 업적이 있다. 그중 하나가 군사 충돌 위기에 굳건히 대처해 지뢰 만행에 대한 북의 유감 표명을 받아낸 것이다. 아집과 불통의 정치 뒤엔 이런 강한 측면이 있었다. 박근혜 시대를 부정해도 이것만은 배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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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4/11/201704110355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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