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政治.社會 關係

[김대중 칼럼] 탄핵의 逆說

鶴山 徐 仁 2017. 2. 28. 11:56

[김대중 칼럼] 탄핵의 逆說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7.02.28 03:17

  

대통령 탄핵돼 법정 서면 야당 대선서 불리해지고
헌재가 소추 기각하면 촛불 반발로 국가 혼란
이런 역설 깊이 고민해 파국 막을 접점 찾아야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세계 대부분의 대규모 시위가 그랬듯이 우리 근세사의 진로를 바꾼 시위 내지 거리 혁명은 민(民)과 권(權)의 충돌이었다. 4·19, 5·18, 6·3 등이 그랬다. 그러나 박근혜 탄핵 사태로 빚어진 작금의 시위는 과거와 달리 민(民)과 민(民)의 싸움 내지 충돌로 가고 있다. 마치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열차와도 같다. 전례가 없는 일이고 참으로 불행한 사태다. 그리고 위험한 사태다. 민(民)과 권(權)의 싸움에서는 궁극적으로 민(民)이 이기게 돼 있지만 민(民)과 민(民)의 싸움에는 승자가 없고 양쪽 모두 패자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民)이 들고 일어난 시위를 분열이라고 하지 않는다. 권력의 압제에 대한 저항이라고 하고, 때로는 역사를 바꾸는 혁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앞두고 연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촛불'과 '태극기'의 시위는 저항도 아니고 혁명도 아니다. 나라를 두 쪽 내는 분열이다.

'아스팔트의 충돌'은 막아야 한다. 거리에서 폭력이 난무하고 피를 흘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누군가 목숨을 버리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 청와대와 정치권 특히 야권은 서로 말문을 터야 한다. 정치권과 민간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기각을 조건으로 타협의 기운을 타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자진 하야설을 극구 부인하고 있고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논의는 논의 자체가 금기인 양 거리를 두고 있다. 그들에게 '애국'은 관심 밖이다.

이러한 충돌 사태를 막을 정치력이 이 땅에는 정녕 없는가? 분열의 파국을 막고 나라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을 지도자가 이렇게도 없다는 말인가? 현직 대통령은 '지도력의 부재'로 비판받고 있고, 다음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도 사회 통합력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어느 한쪽의 '가마'를 타기 위해 분파를 조장하고 있다. 어느 한쪽에 올라탄다는 것은 다른 한쪽을 배척한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필요할는지 몰라도 좋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한쪽도 필요하다는 것을 망각한 지도자는 언젠가 박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의 좌·우 분파성은 지극히 극렬하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상대방 후보의 '정체성'을 들춰내 그것을 각기 자기 측에 유리하게 활용하려는 전략이 판을 치는 상황이다. 조금만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면 가차 없이 '여론 조작'이 가동되고 SNS에서 맹공을 당해 결국 '사과'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진영을 넘는 탕평적 언행은 곧 파멸을 부른다.

어느 쪽의 옳고 그름을 접어두고 상황만을 보자. 헌재가 탄핵 소추를 받아들여 박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는 날 '태극기'의 반발과 저항은 극에 달할 것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출돼 피의자 신분으로 구금되거나 검찰과 법정에 불려다니는 상황은 어쩌면 국민적 트라우마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보수는 물론 박 대통령에 실망했던 중도층이라도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그로부터 두 달 뒤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서 아이로니컬하게도 야권 주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원인 제공이 박 대통령에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도 사태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야권 후보의 오만과 무능과 기회주의에 대한 비판이 가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측은·동정심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헌재가 탄핵 소추의 기각 결정을 내리는 경우 우리 사회는 '촛불'의 거센 저항과 폭력적 위협에 처할 것이 뻔하다. '폭동'을 예고하는 사람도 있다. 직무 정지에서 풀려난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복귀해 모든 것을 '탄핵 이전'으로 되돌리는 상황이 되면 이번에는 비록 탄핵에는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의 '잘못'과 '자격 미달'에 한숨짓던 사람들이 돌아설 것이다. 시위는 계속될 것이고 나라는 여전히 엉망진창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역시 아이로니컬하게도 야권 주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탄핵이 인정돼 박 대통령이 퇴진하면 탄핵으로 득을 보려던 야권 주자에 불리하게 돌아갈 것이고, 탄핵이 기각되면 친박의 의기양양이 야권의 정권 교체 기회를 높여 줄 수 있다는 역설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이 비록 헌재 심판에서 살아남는다 해도 대통령으로서의 실효적 통치 기반은 회복할 수 없다. 비록 그가 명예는 되찾고 청와대에서 남은 임기를 채울 수 있다 해 도 그가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없다고 봐야 한다. 또 문재인씨 등 야권 주자는 비록 헌재에서 인용을 받아낸다 해도 다음 대통령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된다 해도 보수층의 저주를 안고는 효율적 대통령 노릇 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여기에 양측의 한계가 있고, 여기가 바로 국민의 분열과 나라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접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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