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이렇게 비오는 날은/오 광수

鶴山 徐 仁 2016. 7. 18. 22:27



이렇게 비오는 날은/오 광수

 


 


이렇게 비오는 날엔
창가에 기대어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좋다.

유리창을 쓰다듬는 빗줄기가
지난날 그 사람 손길이 되어
들고 있는 잔을 꼭 쥐게 하면서

한 모금 천천히 입안에 모으면
온몸에 퍼지는 따스함으로 인해
저절로 나오는 가벼운 허밍

보고픈 이의 향기였을까?
지나간 이의 속삭임이었을까?
커피향은 가슴으로 파고 드는데

목안으로 삼킬 때의 긴장은
첫마디를 꺼내기가 어려웠던
첫사랑의 고백이 되어

지그시 감은 눈앞으로 희미한
얼굴이 빗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이래서 비가 오는 날이면
나만의 지난날과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