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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경북 영천 銀海寺 祖室 혜인 스님

鶴山 徐 仁 2014. 1. 19. 09:59

[월간조선] 경북 영천 銀海寺 祖室 혜인 스님

  • 김성동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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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01.17 11:13 | 수정 : 2014.01.19 08:41

    “종교가 교회나 사찰 밖으로 나와서 시위하는 모습은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

    
	[월간조선] 경북 영천 銀海寺 祖室 혜인 스님

    겨울 준비가 끝난 은해사(銀海寺)는 고요했다. 물기마저 사라진 지 오래지만 미처 제 본체와의 인연을 떨치지 못한 나뭇잎들이 바람에 부딪쳐 내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렇게 팔공산 자락에 위치한 천년고찰(千年古刹) 은해사의 겨울은 바람조차 고독했다.

     사찰 종무소 직원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흰 운동화가 있는 법당의 문을 두드리니 스님 한 분이 합장하며 우리를 맞았다. 그 스님은 우리가 찾는 세속 나이 만 71세 스님의 얼굴과 거리가 있었으므로 그에게 “혜인 큰스님 계세요?” 하고 물었다.
     어림잡아 오십 남짓의 나이로 보이는 그 스님은 “제가 혜인입니다” 하고 답했다. 장난기 가득한 아이의 얼굴 같기도 하고, 깊은 산자락의 밤을 당장이라도 깨울 만큼의 포효를 내지를 것 같은 호랑이의 얼굴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나이에 비해 젊은 외모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여러 인상이 겹쳐 보이는 그가 은해사 조실(祖室·사찰에서 최고 어른을 이르는 말) 혜인 스님이었다.

     40개가 넘는 말사(末寺·큰절의 관리를 받는 작은 절)를 거느린 큰절의 최고 어른이면서도 별다른 격식도 없이 손님을 맞이하는 그 모습 때문에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와 마주앉았다. 은해사는 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이기도 하다.

     “큰스님!” 하고 질문을 시작하려는데 그가 손을 들어 말을 막았다.

     “제가 1956년에 출가했으니까 2014년이면 중 생활 58년째요. 그래서 ‘중진 스님’이라고 하는 호칭에는 별 이의가 없지만 ‘큰스님’이라는 호칭은 아휴…!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왜요?
     “제 자신이 쌓은 덕은 얇고 적은데 높은 호칭으로 불리면 뭐 합니까. 그것은 부질없는 일이기에 결국은 무너져 버리고 맙니다. 언제나 남이 알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복과 덕과 지혜를 넉넉하게 쌓아야 합니다. 출가하여 지금까지 지내 온 제 자신을 돌아보면 아직 드러낼 만한 것을 쌓아 놓지 못한, 산중에 노구를 의탁하고 살아가는 그저 그런 중에 지나지 않습니다.”
    불교계가 혜인 스님의 업적으로, 아니 혜인 스님이었기에 가능했던 일로 꼽는 일이 있다. 제주시내 최대 규모 사찰인 약천사를 건립하고 충북 단양 도락산에 광덕사를 조성한 일이다. 고향이 제주인 혜인 스님은 3만5000평 규모의 약천사 불사(佛事)를 시작한 지 8년6개월 만인 1996년 9월에 완공했다. 종단의 지원을 받지 않고 그가 주변 신도들의 힘을 모아서 완공한 절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불사로 평가 받고 있다. 현재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 잡을 만큼 유명한 사찰이 됐다. 약천사 완공 후 그는 “승려는 경제권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주지직을 내놓았다. 광덕사는 장차 국제총림으로의 발전을 목표로 불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완공된 시설만으로도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로 자리 잡고 있다.
     인터뷰 도중 혜인 스님의 노트에서 사진 한 장이 빠져 나왔다. 김수환 추기경의 모습이었다.

    -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을 좋아하시나 보죠.
     “좋아하는 게 아니라 존경하죠. 종교는 비록 다르지만 마음으로 존경하고 흠모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분 글 가운데 ‘나는 바보다’ 하는 말씀이 가슴에 오래오래 남아 있어요. ‘야, 이 바보야.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데 70년이나 걸렸다는 말이냐, 이 바보야!’ 하는 말씀이 참 좋은 말씀인 것 같아요. 누구든지 ‘사랑해야 된다’고 머리로는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이 가슴에까지 와서 그 사랑을 건네줄 수 있는 그때가 돼야 진짜 사랑을 느끼고 줄 수가 있는 건데 생각만 하면 뭐 합니까. 그 말씀이 참 좋아요.”

    - 종교인이기 때문에 종교인만 존경하는 겁니까.
     “아니에요. 저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과 육영수(陸英修) 여사 내외도 참 존경합니다. 제가 살아온 춥고 배고팠던 시절을 넘어 이렇게 천지개벽되게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주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분이 박정희 대통령 아닙니까. 국정을 부정 없이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컨트롤한 분이 육 여사일 뿐만 아니라 한 여성으로 태어나서 자기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 대통령이 맞아야 할 총알을 자기가 대신 맞고 죽었으니까 자기 남편과 국가를 위해서 자기 몸까지 희생한 여성이기 때문에 그분이 대통령 못지않게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해요.

    - 현 대통령인 그분들의 따님에 대해서는요.
     “제가 볼 때는 90점은 넘는 대통령이에요.”

    - 그 90점이 넘는 대통령을 퇴진하라는 종교인들도 있는데요.
     “대통령 퇴진 운운은 종교인이 해서는 안 될 입니다. 야당 정치인이라도 해서는 안 될 말입니다. 하물며 종교인이 이런 말을 해야 합니까. 아마 하느님이 계신다면 통곡하며 한탄하실 발언이지요. 저는 천주교 신부들과 수녀들까지 모여서 이런 행동을 하며 곳곳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중요한 정책을 정해 놓고 공사를 진행 중인 곳에 들어가 방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또한 일부 몰지각한 스님들까지 여기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면서 승복을 입고 다니기가 점점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이제 그만했으면 합니다. 물고기는 물 밖에 나오면 생기가 사라지는 법입니다. 종교가 교회나 사찰 밖으로 나와서 시위하는 모습은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임이 분명합니다.”

    - 제주 출신인데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제가 제주도 출신이기 때문에 해군기지는 잘 알아요. 독도를 지키고 이어도를 지키려고 하면 해군이 분명히 거기에 있어야 합니다.”

    - 스님 생각이 그렇다면 실천불교승가회 소속 스님들 야단 좀 치시죠.
     “제가 야단쳐서 들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 “스님은 경제권을 가지면 안 된다”면서 약천사 주지도 내려놓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그건 신념이죠. 땅을 파고 건물을 지을 때 저는 포크레인 같은 존재예요. 포크레인은 땅을 파고 제 할 일을 다 했으면 다른 데 가서 일을 해야죠.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 흉물이 될 뿐이죠. 저는 자가용도 없어요.”


    - 더 자세한 내용은 월간조선 2014년 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