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명이 먹고사는 스웨덴 ▲ 박지향 서울대 교수·서양사 *****************************
나라는 망 할 수밖에 없다.
복지에 대한 논의가 연일 뜨겁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1조원을 넘어섰다는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민주당이 무상급식, 무상의료를 포함한 보편적 복지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민들이 복지에 대해 좀 더 깊이 있는 사고를 하게 된다는 긍정적 효과도 발견된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전면적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국민 수가 70%에 육박했다는데 현명한 판단을 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반갑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이 대중적 인기를 의식해 북유럽식 복지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은 참으로 걱정스럽다. 이미 결함이 드러난 방식을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다. 우리는 현 제도를 보충하되 선진사회의 시행착오를 피해 더 나은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스웨덴을 성장과 복지에 모두 성공한 나라로 칭송한다. 그러나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의하면 스웨덴의 낮은 실업률은 허구에 불과하다. 2006년 당시 공식 실업률은 6%에 불과했지만 실제로는 17%에 육박했다. 장기 병가(病暇)로 일자리를 떠나 있는 사람들을 고용상태로 처리하는 등 통계수치를 조작한 결과다. 게다가 청년실업률은 유럽 최고 수준이며 조세부담률도 50%를 훌쩍 넘는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가 거의 없으며, 노동 가능 인구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생산 활동에 종사하고 두 명은 생산자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무원이거나 복지수혜자다. 그런 사회에 활력이 있을 리 없다. 국민도 정치가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틀을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국가에 빌붙어 살고 있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현재 중도우파 연립정부가 개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큰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스웨덴이 거대한 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몇몇 대재벌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은 여전히 국왕이 있고 재벌가문 하나가 국내총생산의 35%를 차지하면서도 사회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독특한 나라다. 우리가 굳이 그 나라를 따라야 할까. 세계 최초로 보편적 복지국가를 설립한 영국은 1942년에 발표된 베버리지 보고서를 따랐다. 영국의 복지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어로 잘 알려졌지만 베버리지 자신은 완전고용이야말로 최선의 복지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국가가 나서서 '구덩이를 파고 그것을 다시 메우는 것'처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는 결사반대였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야말로 완전고용을 달성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던 것이다.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영국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복지지출 규모를 줄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일부 정치인과 학자들은 영국이 세계 일류 국가에서 이류 국가로 전락한 원인을 복지국가에서 찾는다. 즉 전후(戰後) 국가 재건과 경제 부흥에 사용해야 할 자원을 복지국가 건설에 쏟아 부음으로써 나라를 주저앉혔다는 주장이다. '철의 여인' 대처 총리와 블레어 총리 시절에 영국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개혁되었다. 영국만이 아니다.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던 프랑스의 연금제도 개혁안도 최근 통과되었다. 지금 대부분 선진국의 사회보장제도는 그동안 사회적 책임에 묻혀 간과돼왔던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취업훈련을 받지 않으면 실업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나라들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복지를 확충하되 현명하게 해야 한다. 만약 정치인들이 무책임한 복지 남발을 계속한다면 그것은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개인적으로 우리의 급선무는 최하위 소득층 아동들의 교육에 집중함으로써 그들이 다른 아이들과 동일한 출발선에서 달릴 수 있게 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무상급식에 들어갈 돈은 그렇게 써야 한다. 국민을 상위 30%와 나머지 70%로 나누는 식의 분열적 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복지는 쉽게 유권자의 표를 모을 수 있는 해결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대단한 사회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이슈이며 국가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사실을 부디 명심하기 바란다.
( 옮겨 온 것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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