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육상선수권대회 Daegu 2011 유감(遺憾)
<대구 스타디움>
지난 8월 27일부터 어제 9월 4일까지 9일간 대구에서 치러진 제13회 IAAF세계육상선수권 대구대회(IAAF World Championships Daegu 2011)는 1983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처음 개최되어 1987년 제2회 이탈리아 로마 대회를 거쳐 1991년 제3회 도쿄대회까지는 4년 주기로 개최되었고, 이후 1993년 제4회 독일 슈루트가르트 대회부터 2년마다 홀수 해에 개최되고 있는 지구촌 4대 국제 스포츠 행사의 하나이다.
조직위원회는 “대회에 참가하는 회원국은 212개로 국제연합(UN) 회원국보다 많으며, 세계 정상급 선수 2,000여 명, 임원 1,500여 명, 기자단 2,500여 명 등 총 6,000여 명이 참가하고, 전 세계 65억 명 이상이 TV 중계를 시청하는 등 단일종목의 국제대회로는 가장 권위 있는 대회”라며, “지금까지 개최된 12차례의 대회 가운데 9차례는 유럽 지역에서 개최 되었으며, 유럽 이외의 지역은 캐나다,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 번째로 개최”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이번 세계육상선수권 대구대회는 스포츠를 통해 지구촌에 대한민국과 대구를 널리 알림은 물론, 특히 ‘대구’란 도시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는 매우 획기적인 기회가 되었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데도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회를 마친 이 시점에서 냉정하게 이번 세계육상선수권 대구대회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전체 47개 경기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 중, 지나치게 몇몇 스타 선수들만 집중 조명하는 카메라 앵글은 건수 추구 경쟁의 방송 생리를 벗어나지 못했고, 200m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단거리 황제’로 불리는 우사인 볼트(25, 자메이카)의 100m 부정 출발 실격 처리, 다이론 로블레스(25, 쿠바)의 남자 110m 허들 금메달 반납 실격 처리, 남자 5,000m와 10,0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케네니사 베켈레(29, 에티오피아)의 중도 기권과 출전 포기, 세계기록 27개 보유자인 ‘미녀 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9, 러시아)의 메달 권 탈락 등으로 하여 기록이 저조한, 어찌 보면 빛 잃은 스포츠 행사가 되었다.
첫날부터 매일의 주요 경기 개요를 소개하고 출전 선수와 기록을 정리해 놓은 책자인 ‘데일리 프로그램’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 선수들이 여자 경보 20㎞ 우승자인 올가 카니스키나(26,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부진한 성적을 내어 ‘데일리 프로그램’의 저주라는 징크스까지 나돌다가, 여자 창던지기의 마리아 아바쿠모바(25·러시아)에 이어 여자 허들의 '간판' 샐리 피어슨(25, 오스트레일리아)이 여자 100m 허들 결승전에서 12초 28로 두 번째 대회 신기록까지 작성하며 우승을 함으로써 '표지 모델 징크스'가 깨지기는 했지만 이도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역대 대회 중에서 단 한 개의 세계기록도 나오지 않은 경우가 1997 아테네(그리스), 2001 에드먼튼(캐나다), 2007 오사카(일본) 대회 등 세 번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그래도 경기 마지막 남자 400m 계주에서 37초 04로 우사인 볼트와 남자 100m 우승자 블레이크가 2관왕에 오르며 자메이카가 세계 신기록을 낸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육상이 ‘더 빨리, 더 멀리, 더 높이’를 지향하며 인간 한계를 극복하려는 기록 위주의 경기이기는 하지만, 계주(繼走)를 제외한 육상 경기의 기록은 한 개인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경기가 치러지는 날의 날씨나 선수의 상태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신기록이 많이 나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우리나라가 메달 하나 건지지 못해도 국내 신기록 수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기록이나 메달보다 필자(筆者)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이 큰 세계인의 스포츠 행사를 치르는 동안 보여 준 국민과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마음가짐과 태도였다.
필자(筆者)는 경기장에는 못 가고 TV 화면으로만 경기를 지켜보았다. 필드와 트랙에서 각종 경기가 펼쳐진 경기장과 아벨 키루이(29, 케냐)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남자 마라톤이 진행된 경기장 밖에서 대구 시민들이 보여준 성숙된 의식은 돋보였지만, 전 경기를 실시간 생중계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채널 연계 하나 하지 않은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편성은 문제였고, 서울과 지방 매스컴간의 다툼은 볼썽사나운 일이었다. 더욱이, 정작 경기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표를 구하지 못해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는데, TV 화면에 비치는 텅 빈 VVIP석 400석과 VIP석 1,600석은 필자(筆者)로 하여금 분노(憤怒)까지 치솟게 했다. 도대체 누가 VVIP고 누가 VIP인지는 몰라도 저기 저 자리를 비운 사람들이 바로 ‘국민’과 ‘경제’를 내세우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래도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소위 지도층 인사들일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만일 세계인들이 이 사실을 알고 TV 화면을 지켜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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