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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이슈] 중(中) '힘의 외교' 시험대에…

鶴山 徐 仁 2009. 7. 16. 09:58

국제
아시아

[글로벌 이슈] 중(中) '힘의 외교' 시험대에…

경제력 앞세워 목청 높이다 세계 곳곳서 역풍
신장사태, 이슬람과 마찰 자원민족주의로 갈등
친중파 호주총리도 비판 "골격 덜 자란 상황에서 대국(大國)되려면 거인증 걸려"

"중국은 많은 이슬람 형제들이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7·5사태의 진상을 정확하게 인식하기를 희망한다." 이슬람 국제테러집단 알 카에다가 대부분 무슬림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유혈 시위 사태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보복을 지시한 사실이 알려진 14일, 중국 외교부 친강(秦剛) 대변인의 발언은 간곡했다.

그러나 전 세계 이슬람권의 반중(反中) 여론은 점점 달아오른다. 불과 2주 전 방중(訪中)했던 레제프 에르도안(Erdogan) 터키 총리가 "인종학살(genocide)"이라고 비판했고, 이란인도네시아 등 다른 이슬람국가에서도 종교 지도자와 정치가들이 위구르족에 대한 동화(同化)정책과 공안 통치를 비난하며 "이슬람 국가들이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이슬람권뿐 아니다.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을 갖고 있을 정도로 친중(親中)파인 케빈 러드(Rudd) 호주 총리는 15일 중국 당국이 호주 철광석업체인 리오틴토 직원을 '간첩 혐의'로 체포·구금한 것과 관련, "호주가 비록 중국과 중요한 경제적 이해를 갖고 있지만 이번 사건은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수많은 외국 정부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는 중국의 알루미늄 국영기업인 차이날코가 리오틴토의 지분을 사들이려다 무산되자, 중국 정부가 이에 대한 보복차원에서 체포한 것으로 본다.

중국은 급성장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이른 바‘대국굴기(大國?���起)’외교를 추진해왔으나 신장(新疆)위구르 사태로 이슬람 국 가들과 관계가 악화되는 등 곤경에 처했다. 사진은 지난 6일 G8(주요 8개국) 정상회 의 참석차 이탈리아 라퀼라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로이터연합뉴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고와 탄탄한 경제.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힘의 외교'에 나선 중국이 올 들어 곳곳에서 역풍(逆風)을 맞고 있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티베트에 대한 강압 통치와 공격적인 외교 전략, 지나친 자국 산업 보호주의와 자원 민족주의 산업전략 등 중국의 대내외 정책이 국제사회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두운 곳에서 때를 기다리며 힘을 기른다는 뜻)의 외교 노선을 유지했다. 이 노선은 최근 '대국굴기(大國崛起·세계 속의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의미)'로 중심추를 옮겼다. 과거엔 주변국들과 갈등을 피하며 개발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이다. 중국 국내에서도 '중국은 불쾌하다(中國不高興)'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된다. 지난 4월엔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난 프랑스니콜라 사르코지(Sarkozy) 대통령을 '길들이는' 차원에서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취소라는 카드로 압박했다. 결국 프랑스로부터 "티베트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항복을 받아냈다. 중국의 신장 사태 처리 방식을 비난한 터키에 대해서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5일 "터키가 여러 방면에서 중국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나친 자국산업 보호와 자원민족주의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산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는 14일 "중국은 태양전지 생산품의 95%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하면서 정작 올봄 첫 태양력발전소를 건설할 때는 설비의 80%를 국내산으로 조달하도록 했다"면서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외국 자본에 장벽을 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크사이트·규소 등 자국산 희귀광물 20여종에 대해서는 수출을 제한해 지난달 미국·유럽으로부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당했다.

국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힘의 외교'를 막강한 경제력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분석하면서도, 이 외교방침이 주변 국가의 '중국위협론'을 고조시키는 등 부작용이 적잖을 것으로 본다. 실제 인도는 중국이 파키스탄·이란 등과의 경제 협력을 바탕으로 인도양으로 영향력을 확대하자, 히말라야 지역 중국 국경지대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등 반발했다. 인도의 저명한 국방전문가인 바라트 베르마는 13일 "중국이 내부 갈등 해소를 위해 2012년 이전에 인도를 공격해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베이징 외교가의 한 분석가는 "중국은 무력을 동원해 신장을 잠재웠지만, 그 대가로 이슬람 세계를 적으로 돌려놓았다"며 "강대국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적잖은 희생이 따른다는 점을 중국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에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적잖다. 류둥(柳東) 베이징대 교수는 최근 베이징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골격과 근육이 충분히 자라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대국이 되려고 하면 '거인증(巨人症)'에 직면할 수 있다"며 "대국이 되려면 내부의 다양한 분야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사오쥔(李少軍)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소프트 파워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외교로 힘의 외교에 따르는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