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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한국 겁내는 외국기업들 '특허 공격'

鶴山 徐 仁 2009. 3. 20. 11:41

한국 겁내는 외국기업들 '특허 공격'
경기침체로 매출 줄자 로열티 노리고 침해소송
보호무역 분위기 타고 한국기업 견제 수단으로
성호철 기자 sunghochul@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세계적인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특허 소송이 급증하고 있다. 세계 가전 1위인 미국 월풀을 비롯해 파나소닉·샤프·파이오니아 같은 일본 전자업체에서 램버스·스팬션·르네사스 등 반도체 업체에 이르기까지 세계 유수의 IT기업들이 삼성전자·LG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특허를 활용해 기술 로열티 수익을 늘리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미국·일본의 일부 기업들은 국내 기업의 자국 시장 진입을 막는 견제 수단으로 특허 소송이라는 강공(强攻)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5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난 특허 소송 피소

삼성전자가 해외 기업으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계류 중인 건수는 작년 말 기준으로 25건에 달한다. 5년 전인 2003년 8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특허 소송 건수는 2005년 6건에서 지난해 14건으로 증가했다.

LG전자의 이정환 부사장(특허센터장)은 "불황기에는 매출로 수익 올리기가 힘들어져 특허 자산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시도가 많아진다"며 "최근에는 제품 제조·판매는 하지 않고 특허 소송만 전문적으로 하는 '특허 괴물'까지 나오면서 기업의 특허 리스크(risk·위험)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특허 소송은 패하면 수백억~수천억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해 한 건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하이닉스에 "미국 램버스의 D램 특허를 침해했다"며 "배상금 3억9700만달러(5900억원)를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하이닉스는 연방고등법원에 항소할 방침이다.

특허 소송이 보호무역의 '벽(壁)' 되나

최근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 국가에서 보호주의 색채가 강해지면서 이들 국가 기업들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국내 기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특허 소송을 사용한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허청의 류승호 사무관은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점유율이 높아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소송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1월 30일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샤프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전자의 LCD TV가 샤프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관련 제품의 일본 시장 판매를 금지시킨 것이다. 지난달에는 영국 고등법원이 삼성전자가 자국 기업인 다이슨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59만파운드(12억원) 배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월풀과 LG전자 간 특허 소송도 같은 사례다. 두 회사는 미국 가전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월풀은 지난해 1월 LG전자가 자사 특허 5건을 침해했다며 미국국제무역위원회(ITC)에 'LG전자 냉장고'의 미국 내 판매금지 소송을 제기했다가 최근 패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만약 우리가 졌다면 당장 판매를 하지 못해 1000억원대의 손해가 예상됐으며, 그보다 걱정한 대목은 미국 내 유통 판매 경로가 약화돼 시장 전략이 흔들릴 위험성이었다"고 말했다.

월풀 소송을 맡아 승소를 이끈 고충곤 LG전자 전문위원은 "미국 행정부 내 보호무역 분위기가 있어 소송에서 특허 무효를 주장할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승소가 어렵다"며 "이번 경우에는 월풀 특허의 결함을 입증한 확실한 자료를 찾아 이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 소송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특허 전담 인력을 2005년 250여명에서 지금은 550여명으로 늘렸다. 삼성 관계자는 "경쟁사가 특허 소송을 걸어오면 역소송을 제기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력 : 2009.03.13 0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