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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위안화(貨), 기축통화 '야심'

鶴山 徐 仁 2009. 3. 14. 13:08

위안화(貨), 기축통화 '야심'
저우 中 인민은행 총재 "무역대금 위안화 결제"
통화 스와프 체결 늘려 세계금융의 큰 '축'으로
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61) 총재가 '위안화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저우 총재는 벤 버냉키 미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중앙은행 총재로 떠올랐다. 그가 주무를 수 있는 외환 보유액이 2조달러에 달한다. 또 6819억달러의 미국 국채가 그의 손에 있다. 만일 그가 미국 국채를 팔아대기 시작하면 미국 달러화의 위상은 휴지조각으로 추락할 수 있다.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앞으로 발행할 약 2조달러의 국채도 인민은행이 사주지 않으면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출범 초기 중국에 대해 "환율 조작국"이라고 맹공을 퍼붓던 오바마 정부가 꼬리를 내린 것도 국제 금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한 저우 총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되고 있다.

달러화에 맞서는 기축통화가 되겠다는 위안화의 야심은 지난 6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표출됐다. 저우 총재는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외국과의 교역에 위안화 결제를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패권통화인 달러화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저우 총재의 발언에 해외 언론은 "중국이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국제 기축통화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현지시각) "국제 경제무대에서 위안화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위안화의 영토확장

세계 GDP의 9%를 차지하는 3대 경제대국 중국은 이미 위안화 격상에 발동을 걸었다.
"위안화 사용범위와 화폐교환 기능을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지도부가 결심만 하면 이른 시일 안에 홍콩에서 위안화 사용범위 확대를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저우 총재의 발언이다.

3개월이 흐른 지난 4일, 그의 말대로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광둥(廣東)성과 홍콩 간 무역거래에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중국은 동시에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회원국·러시아·한국·일본과의 무역거래에서도 위안화 결제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광정(吳光正) 정협 위원은 지난 7일 "세계 금융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영감은 국제 금융질서를 재건하는 것이며 금융개혁의 핵심은 위안화의 국제화"라고 말했다.

이미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는 위안화 패권이 형성되기 시작됐다. 지난달 16일 신화통신은 "아세안국가 대다수가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기대하며 줄을 서기에 바쁘다"고 전했다. 인민은행은 지난달 8일 말레이시아와 8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했다. 지난 1월에는 홍콩과 2000억위안, 작년 12월엔 한국과 1800억위안 규모로 통화 스와프를 체결했다. 작년 10월에는 러시아까지 범위를 넓혀 위안화와 루블화를 양국 간 결제수단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 최근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 확대를 시도하고 있는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 /AP
◆태자당 출신 테크노크라트

중국 통화정책 사령탑인 저우 총재는 2005년 '국제통화회의'에서 위안화의 변동 환율제 전환을 놓고 당시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과 '화상 설전'을 벌였다. 2004년에 뉴욕타임스(NYT)는 "저우 총재의 영향력이 그린스펀과 맞먹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저우 총재는 칭화(淸華)대에서 시스템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따고 미국에서 유학한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다. 1980년대에는 조세 및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컴퓨터시스템을 들여오는 등 중국경제에 시장주의 시스템을 도입했다. 중국건설은행장·증권감독관리위원장을 거쳐 2002년 인민은행 총재가 됐다. 그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혁명에 참가해 건설부장(장관)을 지냈던 저우젠난(周建南)으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발탁한 인물이다. 저우 총재가 '미스터 위안화'로서 막강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혁명 원로의 자녀를 일컫는 '태자당'의 대표주자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위안화 패권, 아직은 시기상조

많은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말한다. 장수광(張曙光) 베이징 톈저(天則) 경제연구소장은 "미국 경제가 영국을 제친 뒤에도 달러가 기축통화가 되기까지 50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중국은 급팽창 중인 경제 덩치에 비해 낙후된 금융시스템과 사회문화적 후진성 때문에 30년은 걸려야 달러화의 지위를 이어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국 일본의 견제도 무시할 수 없다. '미스터 엔(Mr.Yen)'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와세다대 교수는 작년 11월 "일본이 장기적인 목표로 아시아 통화를 통합해야 하고 엔화강세가 일본에 바람직하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엔화 강세론을 주장했다.

입력 : 2009.03.11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