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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택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새 대통령의 취임은 언제나 큰 기대감과 흥미를 불러오는 일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바라보는 미국인들의 관심은 유별나다고 할 만큼 높다. 25만 장의 취임식장 공식 티켓은 이미 오래 전 다 소진되었고 인터넷 등에서는 우리 돈으로 몇 백 만원에 은밀하게 거래되기까지 했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인에게 인기 높은 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볼 경기와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중에서 무엇이 더 흥미로우냐는 질문에 대해 53%의 응답자가 취임식을, 그리고 40%가 수퍼볼을 선택했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월드컵에서 한국 국가대표 축구팀 경기보다 대통령 취임식을 시청하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은 셈이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에 대해 큰 관심을 갖는 것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 취임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직접 목격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혹한의 날씨를 무릅쓰고 취임식을 거리에서나마 지켜보기 위해 워싱턴으로 향한 100만이 넘는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지닌 소망을 다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지난 8년간 부시 정부하에서 많은 미국인들이 무척 지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경제 위기로 인해 경기는 위축되었고 실업은 늘어나고 있으며 불투명한 경제 전망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또한 지나치게 이념적으로 경도된 부시 정부의 정책은 미국 사회를 정파적으로 갈라놓았고,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크게 실추시켰다. 이런 점에서 보면 오바마 정부 출범에 대한 높은 관심은 새 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부시의 퇴장에 대한 안도감이 동시에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선거 기간 중 오바마가 외쳤던 '변화'는 정말 미국인들이 절실하게 듣고 싶었던 말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신임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은 걱정스러울 만큼 매우 높아 보인다. 오바마 당선 이후 워싱턴 링컨 기념관에 방문객이 증가했고, 서점에서 링컨 관련 서적의 판매량도 증가했다. 40대의 젊은 대통령 존 F 케네디와 오바마를 비교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며,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극복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야기도 자주 거론된다. 오바마 대통령이 링컨, 케네디, 루스벨트와 같은 위대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의 반영일 것이다. 그러나 당면한 현실은 그리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이 몇 해째 계속되고 있고, 전반적인 경제여건의 악화로 미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빠져 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분쟁은 재연되었다.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약화된 미국의 지도력 복원도 시급한 과제이다. 이처럼 어느 하나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에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과 함께 맞부딪쳐야 한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들의 높은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통화를 마치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수잔은 경제 위기가 4년 이내에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자신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거라고 했다. 오바마가 인수기간 동안 자신의 내각 각료를 선정하면서 보여준 포용과 통합의 리더십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 미국은 희망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의 통화는 여기까지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에 대한 미국인들의 커다란 관심은 바로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대감인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다른 미국인들과 같이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떠난 수잔의 워싱턴 여행은 희망을 찾아 떠난 발걸음이었다. 이렇게 오바마의 시대는 시작되었다.
입력 : 2009.01.18 22:08 / 수정 : 2009.01.1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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