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이성태의 '메시지', 루비니의 '메시지'

鶴山 徐 仁 2008. 12. 11. 20:15

 

<뷰스칼럼> 한은의 대폭 금리인하, 구조조정 지연 독약?

2008-12-11 14:10:19

 

이성태 총재의 '진짜 메시지'

한국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3%로 전격 인하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내년 성장률이 3%가 안된다는 거다. 이성태 한은총재는 추가인하도 시사했다. 3%는커녕 2%도 힘들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금리인하후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유수한 전망기관들이 계속 전망치를 낮추고 있고 최근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의 전망치도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꽤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IMF와 세계은행 전망치는 2%. 이보다 낮아져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성장을 할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다.

한은의 전격적 금리인하에 은행,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환호하고 있다. 정부도 잘했다고 그렇고 언론들도 마찬가지다. 원래 그렇다. 금리를 올리면 사방에서 돌멩이가 날라오고, 내리면 박수갈채가 뒤따른다. 하지만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한은이 박수를 받고 싶어 금리를 대폭 내린 게 아니라, 정말 상황이 심각해 대폭 내렸다는 게 메시지의 본질이다. 정신 안차리면 정말 큰일난다는 의미다.

잇따른 대폭 금리인하로 한은이 쓸 수 있는 수단은 운신폭이 극히 좁혀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금리 충격요법'을 쓸 수 있을까. 한은은 한달전엔 0.75%p, 이번에 1%p의 금리를 대폭 낮추는 쇼크요법을 사용했다. 이런 걸 한두번 더 쓰면 제로(0)금리에 가까워지고 실질 마이너스(-)금리가 된다. 그렇게 되면 한은에게 남는 수단은 딱 하나, 윤전기를 부지런히 돌려 돈을 찍어내는 것이다.

지금 미연준이 걸려들었고, 앞서 90년대 일본은행이 걸려들었던 장기복합불황이 눈앞에 도래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이날 이를 "지금 금융비상사태 경계선에 와있다"고 애둘러 표현했다.

'달콤한 독약', 구조조정 지연

요즘 여야 정치인들을 통틀어 류근찬 자유선진당 정책위의장이 가장 '정확한 진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류근찬 정책위의장은 한은의 대폭 금리인하 직후 성명을 통해 “건설사 및 주택담보대출, 중소기업 대출 등으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BIS비율을 일시적으로 높여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우려가 크다”며 부작용을 걱정했다. 그는 “시중은행의 BIS비율을 높이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자본확충에 몰두하고 있는 은행의 행태로 봐서 기업의 자금경색을 푸는 데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잇따른 금리인하가 금융, 기업 구조조정을 늦추는 '달콤한 독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정확히 급소를 짚은 우려 제기다.

그는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최악의 저성장이 몰고올 후폭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4% 성장률 대비 예산을 짜 놓았는데 2%로 떨어진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1% 대라고 선언하면 금방 추경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양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제성장률 1%를 올리려면 재정이 28조에서 30조가 필요하다. 2%를 올리면 5, 60조가 요구된다. 내년에는 연초에 추경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내년 예산에 이미 37조원의 경기부양 예산이 추가로 포함됐으나, 이보다 많은 최소한 50~60조원의 추경예산 편성이 연초부터 필요해 보인다는 우려다.

이뿐인가. 내년에 기업-금융 구조조정에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필요하다는 건 정부여당도 인정하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나라당의 경제담당 당직자는 최근 기자들과 사석에서 공적자금 조성과 관련, "다 아는 얘기고 정부도 지금 준비중이야. 그런데 그거 나가자마자 한국이 고꾸라질까 봐 쉬쉬하는 거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요컨대 추경예산과 공적자금으로 내년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란 얘기다. 나라살림이 골병든다는 의미다. 한은 금리인하로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들어가는 공적자금은 더 커지고 피해는 급증하면서 골병의 골은 더 깊어질 것이다.

루비니가 말하는 '식물 은행'

2년 전인 2007년 1월의 일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초청을 받아갔다. 모두가 "올해는 또다른 골디락스(goldilocks, 저물가-고성장)의 해가 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이때 루비니는 "바닥을 치지 않는 주택가격 침체와 신용경색 시작, 유가의 배럴당 60달러 복귀 등 세마리 곰이 골디락스의 대문을 노크하고 있다"며 "세계경제가 심각하게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모두가 루비니를 비웃으며 외계인 취급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선 세계 모두가 루비니의 한마디한마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루비니가 최근 이런 말을 했다.

"흔히들 중앙은행을 '최후의 대부자'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의 자금 중개 기능이 완전 마비되면서 지금은 중앙은행이 '최초의 대부자'이자, '유일한 대부자'가 됐다."

미국 은행들이 자금 중개기능을 완전 상실, '식물 은행'이 되면서 사실상의 공황적 상황에 빠져들었다는 의미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도 오십보백보다. 한은 없이는 은행은 이미 부도상태다. 제 힘으로 달러 외채도 갚지 못하고, 은행채도 팔리지 않은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한은에 의존해 하루하루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기업에 필요한 돈을 공급하지도 못하는 '식물 은행'이 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은행에게 구조조정을 떠넘기고 있다. 대수술을 할 자신이 없고, 의지도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죽이지 말고 살리라"는 엽기적 정부 메시지가 그 반증이다. 헌데 제 살기에도 급급한 '식물 은행'이 제 살과 뼈를 깎으면서 모두를 살려내는 '화타'가 될 수 있을까.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골병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의 최후적 대폭인하 금리에 희희낙락하기보단 두려움을 느껴야, 지금 정상이다.

박태견 대표 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