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우리나라 畵壇

개팔자가 상팔자

鶴山 徐 仁 2008. 9. 29. 20:12


곽수연_무드셀라 증후군_장지에 수묵_54×44cm_2007
 
2년전, 피렌체 우피찌 미술관에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미술관에 가면, 작품을 감상하는 일과 더불어, 부속 도서관이나
혹은 서점에 들러, 관련 자료들을 철저하게 사모은다. 나는 한 주제를 놓고
관련된 그림들을 다 모아놓은 책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렇게 할 경우 한 테마에 대해 여러작가가 그린
그림을 볼수 있고, 다양한 시각도 볼수 있을 뿐더러, 그림이 그려진
여러가지 상황에 비추어 여러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곽수연_회춘(回春)_화선지에 먹_138×89cm_2007
 
곽수연은 지난 10여년간을 개를 소재로 그린 작가다.
그림 속 개들은 우리,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작은 은유다.
억눌리고 답답한 마음을 개에게 투사한 탓인지 그림 속 개의 면면에는
우리들의 일상적 모습이 그대로 녹아 있다.
 


곽수연_김기사_화선지에 먹_66×55cm_2007
 
곽수연은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다
하지만 그의 필력은 팝아트와 동양의 정서를 결합해
제 3의 것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개'란 동물에 대해 얼마나 이중적인가
개같은 내인생을 이야기하고, 한편에선 개팔자가 상팔자라면서
또 한편으로 욕하고 싶은 상대에겐 꼭 이 동물을
빌어 감정을 토해낸다.
 


곽수연_茶道(다도)_순지에 채색_145×125cm_2008
 
서양에서도 오후 5시가 되면 당시 식민지에서 가져온 인도산
차를 마시는 것이 사회적 관행이 되었고, 그 시간이 되면, 여인들은 코르셋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편한 일본풍 의상을 걸쳤다고 한다.
차를 음용하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도를 익히는 시간이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그만큼 차를 제대로 끓여내는 방법부터
익히는 것이고, 여기엔 시간의 숙성이 필요한 작업인 것을
배우게 되었다. 차 한잔을 마시는데도
우리의 온 인격이 필요한 셈이다.
 


곽수연_富貴榮華(부귀영화)_순지에 채색_137.5×190cm_2008
 
그런데, 요즘 정치와 문화, 종교를 보니
다도의 가장 큰 원칙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일본에서 전해오는 다도의 원칙을 살펴보면 부드러운 감성과
느긋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을 첫번째로 하는데 목탄으로 반드시 물을 끓여야
한다고 한다. 목탄숯을 의미하는 Charcoal 이란게 중국을 뜻하는
China와  좋다는 뜻의 Cool이 합성된 용어란다. 물을 끓이면서 주변을 항균하고 나쁜것을
빨아드린다. 이 땅의 정치도 좀 이 숯과 같이 은은하게 타오르는 것이면 좋으련만.
 
정권을 위해 일하는 자들은 충직한 개의 이미지보다
자기 스스로 정권을 이용해 주어진 권력의 범위를 확대하고
무뎌진 칼날을 가는 광견의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특히 요즘이 그렇다.
정치를 통해 무슨 부귀영화를 얻고 싶은 걸까.
 


곽수연_堂狗風月(당구풍월)_순지에 채색_122×182cm_2008
 
곽수연의 그림을 볼 때마다
개를 통해 보여주는 인간의 삶과 그 유쾌하지 않은 표정들이
나를 감싸고 돈다. 인간의 탐욕과 권력을 향한 강한 욕망이 투사된 개들의
모습 속에서 그냥 씁쓸해진다. 성실하게 살아야 겠다.
너무 빠르지 않게, 서서히 주변을 빨아들이며
따스함을 토내 내 주위를 태우는 목탄숯처럼 그렇게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