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낭송詩 모음집

[스크랩] 석류石榴/碧波 金哲鎭- 낭송 정설연

鶴山 徐 仁 2008. 7. 26. 07:37


    석류石榴

    碧波 金哲鎭 碧波


    기왓장에도 섬돌에도 옛빛 짙은 진삿댁 안마당 돌담 앞에는 오래된 석류나무 한 그루 자라고 있었다 석류꽃 피었다 질 때쯤 진사 어른 고명딸 열여덟 음전이 배도 불러 왔다 부끄러워 몰래 무명 천으로 바짝 조여 감아도 박덩이처럼 불러 오는 배 숨길 수는 없었다

    알알이 익는 그리움 어쩌지 못해 석류도 젖가슴 풀어 헤치고 빨갛게 익은 사랑 내보일 때쯤 음전이 배를 두고 마실 사람들 수근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떠돌다가 나중에는 밝은 한낮에도 부피를 더해 가며 바람되어 돌아다녔다 더러는 그 집 머슴 아들 씨라 하고 더러는 집 나간 오입쟁이 친척 오라비 씨라고도 하고 더러는 음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성모 마리아처럼 성령으로 잉태했다고도 하고 소문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비칠거렸다

    소문에도 음전이는 골방에 틀어박혀 뒷문 열어 놓고 눈이 시리게 푸른 가을 하늘만 우러르다가 초사흘 달도 기운 그 밤 사랑의 정표 남기고 떠난 머슴애 그리운 마음 소쩍새 울음으로 달래며 출산일만 정성으로 기다렸다 양수 터져 아들 낳던 날 집안 망했다고 아이 애비가 누군지 말하라는 진사 어른 매질에 흰 살결 석류꽃 꽃빛으로 붉게 물들었어도 음전이는 모르쇠로 입 다물고 새 생명을 생각하며 기쁨의 눈물만 바가지로 쏟았다

    파하란 달빛이 미리내 같은 그리움으로 춘양목 완자창 문살 한지를 흥건히 적시던 밤 음전이는 목욕재계하고 뜰로 나가 배에 감았던 무명 천 석류나무 높은 가지에 묶고 꽃고무신과 버선 벗어 가지런히 놓았다 달빛 별빛도 바람도 숨을 죽이고 석류만 빨간 숨 소리 적정을 흔들었다

    W-10102


    .
    출처 : 경대사대 부중고1215회 재경동기회
    글쓴이 : 村長(김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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