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휴대폰·가전 디자인은 '일류'… 도로·간판은 '삼류'

鶴山 徐 仁 2008. 1. 22. 12:29

디자인은 선진국 진입 보여주는 '가늠쇠'
공공디자인 수요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

김미리 기자

 

 

2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는 차기 정부가 '디자인'을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디자인 전문가들은 "소득 2만 달러의 길목에서 선진국의 '가늠쇠'로 인식되는 디자인을 국정의 중심에 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디자인 정책의 획일화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왜 '디자인'인가

'건설(建設)'이 주종목이었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디자인'을 정책 키워드로 상정한 것은 디자인이 선진국 진입을 가시적으로 보여 주는 '상징'이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 시장 규모(2005년 기준)는 약 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86%.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가 되는 2010년의 시장규모는 15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디자인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의 경우 디자인 관련 산업은 GDP의 1.02%인 약 23조원에 이른다.

휴대폰, 가전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 디자인'은 세계적 반열에 올라섰지만, 거리 환경 등 정부가 관할하는 '공공 디자인' 분야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도, 새 정부가 디자인 분야에 '도전'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2000년대 들어 삼성, LG 등 대기업 위주로 '디자인 경영'이 확산되면서 제품의 기능에 중점을 둔 산업 디자인은 급성장했지만, 도로, 간판 등 '삶의 질'을 보여주는 공공 디자인은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한국디자인진흥원
 
 
올해 중앙정부와 전국 지자체의 공공 디자인 개발비는 약 1840억원. 각 지자체가 공공 디자인에 경쟁적으로 자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것도 디자인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디자인회사 '비상 601' 박금준 대표는 "지난해부터 공공 디자인 붐이 불면서 관련 사업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심했다"며 "정책 일원화가 시급히 요구되는 상황에 정부가 거시적인 디자인 프로젝트를 들고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도시 개성 따른 '맞춤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도시 규모에 따라 차별적인 디자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대구 같은 대도시는, 디자인을 통해 '노쇠한 도시'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낸 런던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국 정부는 1993년 '밀레니엄 위원회'를 설립해 초기 자금 20억파운드(약 3조8억원)를 마련한 뒤 세계적인 건축가들을 앞세워 '밀레니엄 브리지', '테이트 모던', '런던 아이' 등을 만들어 런던을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시켰다. 디자인을 내세운 '창조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항구도시'에서 '예술도시'로 이미지를 바꾼
일본 요코하마는 중·소도시의 디자인 정책 수립에 참고할 만한 도시로 꼽힌다.

◆전시 행정에 그치지 말아야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디자인 정책'이 기형적인 형태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한 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 건축물 설계와 가로 시설물에 손을 댄다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규제를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공공 디자인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능력을 인정받은 디자인 전문가가 '마스터 플래너'가 돼 종합적인 도시 계획을 세우지만, 우리는 특혜 시비를 우려해 관료가 주도가 된다"며 "이런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서울시에서 지난해 100억여원을 들여 청계천 등 도심상가의 간판 교체 사업을 했지만, 업주 상당수가 주변 상가와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시 간판을 바꿨다"며 "민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디자인 정책을 수립하면 혈세만 낭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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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고집이 도시를 바꾼다

최보윤 기자

 

 

‘디자인 세계’는 철저히‘전제 군주’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디자인으로 일어선 도시들의 경우, 천재적 예술가 한 명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경우들이 많다. 지루한 런던을‘디자인의 벤치마킹 도시’로 변신시킨 사람은 건축 명장(名匠) 노먼 포스터(Foster·72)경(卿). 그는 런던 시청과 일명‘에로틱 오이’로 불리는 스위스 르 타워, 카나리 워프 역사(驛舍) 등을 선보였다. 이 건물들은 금속과 유리, 테크놀러지를 자유자재로 결합해 하이 테크 건물의 새로운‘기준’이 되고 있다.


 

쇠락한 공업도시인 스페인 빌바오는‘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이 들어선 1997년 이후 연간 100만여 명이 찾는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그 주역은 캐나다 출신 건축가 프랭크 게리(Gehry·79). 자유롭게 춤추는 듯한 미술관 건물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다.

 

이탈리아 출신 렌조 피아노(Piano·71)와 영국 생태주의 건축의 대가 리처드 로저스(Rogers·74)경(卿)은 철골구조가 드러난 퐁피두 센터(1977년)를 선보여 처음엔 일부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퐁피두 센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계적인‘건축 명소’가 됐다.


1920년대에 지어진 일본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를 재개발한 도쿄의 쇼핑센터‘오모테산도 힐스’(2006년 완공)는 189억엔(약 1800억원)의 건설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지상 높이를 지상 6층(18m)으로 제한하고, 대신 지하를 6층(지하 30m)이나 팠다. 건물 앞의 오래된 느티나무의 높이(18m)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67)의‘미학적 고집’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이제 막 세계적 디자이너들을‘초빙’하고 있는 상황. 초현실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출신 대표 건축가인 렘 쿨하스(Koolhaas·64)는 삼성 리움 미술관과 서울대 미술관 건축에 참여했으며, 쿨하스의 제자인 자하 하디드(Hadid·58)는 동대문 운동장터에 새로 생길 동대문디자인 플라자&파크를 설계했다. 리처드 로저스는 현재 서울 여의도 통일 주차장 부지에 들어설 국내 최고층 복합 시설인 파크 원(Parc1)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1/22/200801220010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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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리를 미술관처럼…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는 1년반 전부터 시작돼
모든 행정에 디자인 결합… '성냥갑 건물' 不許

최홍렬 기자

 

 

대통령직인수위가 21일 발표한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는 그 동안 서울시가 추진해온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범국가적으로 확대 시행하는 정책이다.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은 2006년 7월 취임 직후부터 서울을 세계적인 디자인 도시로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이를 성장동력 삼아 경제를 되살리는 게 목표다.

시는 이를 위해 건축·도시설계 등 모든 행정을 디자인을 통해 통합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부시장급의 디자인서울총괄본부를 신설하고 권영걸 서울대 미대학장을 영입했다. 간판·현수막 등 광고물 정비, 가로 경관 및 보행환경 개선, 건축 디자인, 도시경관 관리 등 여러 실·국에 분산돼 있던 도시 디자인 관련 업무를 총괄 지휘하도록 했다.


 

서울시는 공공건축물은 물론, 아파트 같은 민간 건물에 대한 외관 디자인도 사전 자문을 받도록 '도시디자인 조례' 등 각종 법규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디자인 심의를 대폭 강화해 성냥갑 모양의 건물은 아예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거리를 미술관처럼 꾸미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와 함께 서울의 색과 서체, 상징 개발 작업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CSID(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 총회에서는 도시 디자인에 기울인 노력을 인정 받아 '2010 세계 디자인 수도(WDC: 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됐다. 세계 디자인 수도는 디자인으로 발전을 이루었거나, 디자인의 잠재력을 활용하는 도시를 대상으로 2년마다 한 곳씩 선정된다.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디자인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매년 디자인 관련 전시회와 국제회의를 열고 디자인상을 시상하는 '세계 디자인 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철거공사가 시작된 동대문운동장 부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디자인플라자 & 파크'(가칭)가 들어선다. 이곳에는 디자인 전시관과 체험관, 전시 컨벤션홀 등 디자인·패션 산업을 지원하는 각종 시설이 들어서고 디자인 인력도 양성하게 된다.

서울시는 도심 주요 거리를 디자인과 감성, 자연이 어우러지는 고품격 거리로 꾸미기 위해 강남대로·이태원로·능동로·대학로 등 10곳을 '디자인 거리'로 선정했다. 이들 거리는 보도블록·벤치·가로등·버스정류장 등 각종 시설물이 서로 통합돼 조화를 이루는 '토털 디자인' 방식으로 설계된다. 올해 말이면 단순히 걷는 거리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의 향취가 묻어나는 거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권영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은 "올 상반기 중 '디자인 서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간판과 가로 환경, 공공시설물 등이 조화되는 거리를 만드는 기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