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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태 한은 총재는 18일 “통화정책을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유연하게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내 경기가 하락할 위험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나 금리를 인상했던 작년과는 다르다.
문제는 물가다.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줄지 않고, 올해 상반기 소비자 물가가 3.5∼4.0%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하는 불난 집에 휘발유를 끼얹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산버블 및 물가인상을 부추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금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새 정부가 올 경제성장률을 6%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하의 압력은 전방위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이달말 정책금리를 시장의 예상치인 0.5%포인트가 아니라 시장의 요구치인 0.75%포인트까지 인하할 가능성도 높아 우리에게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FRB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본격화된 직후 계속 금리를 인하해 4.25%까지 낮추었다.
이날 한은에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한 은행장은 “한·미간 정책금리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경우 금리재정거래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해외 본점에서 단기외채를 끌어다가 채권투자를 하려는 세력들이 많아지게 된다.”면서 “이미 외환보유고(2662억 달러)의 절반을 훌쩍 넘은 단기외채(1461억 달러)의 증가는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할 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압력을 받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침체를 막기 위한 인하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는 한은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