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분야 집중위해 과감한 구조조정…
“이제 한국에 주도권 안 뺏긴다”
삼성전자 등 국내기업은 주춤대는데…
日은 ‘차별화된 전문업체 변신’ 총력
일본의 대형 전자회사 산요는 지난달 27일 사노 세이치로 (佐野精一郞)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대적인 사업 재편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의 휴대폰과 생활 가전 사업부문을 포기하는 대신, ‘태양광 발전판’과 사용시간이 두 배 이상 긴 ‘차세대 2차 전지’를 주력사업으로 키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3년간 약 2000억 엔(1조7000억 원)을 두 개 사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생활가전 사업은 정리하고, 휴대폰 사업은 교세라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산요 경영진들은 이날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자 시장에서 모든 걸 다 하는 종합전자회사 체제로는 승산이 없다”며 차별화된 전문 업체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주춤한 사이, 일본 전자 업체들이 종합전자회사에서 특정 영역 전문 전자기업으로의 구조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10년 전부터 한국 업체에 반도체, LCD(액정화면), 디지털TV 분야의 주도권을 속속 빼앗긴 이래 다음 세대 전자 제품에서는 다시 주도권을 찾겠다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잘하는 분야에 집중한다”
산요뿐이 아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 업체인 소니는 올 들어 게임기용 등 일부 반도체 사업 설비를 매각하고, 대신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세계 업체 가운데 최초로 11인치 AMOLED TV를 내놓았고, 지난달엔 2000대를 양산, 판매를 시작했다. LCD 시장에서 놓쳤던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선 찾아오겠다는 구상이다.
대형 전자회사인 히타치 역시 원자로전기설비 등 공업용 전자제품에 집중키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지난 9월에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을 매각했고, 10월엔 PC 생산을 중단했다. 히타치는 이미 2년 전부터 프린터 사업 등 비 주력 사업을 계속 정리해 오고 있다.
마쓰시타와 도시바는 자신들의 경쟁력이 높다고 판단한 PDP와 낸드플래시 반도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마쓰시타는 PDP 1위라는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향후 생산량 증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23억 달러를 추가 투자키로 했다. 일본 도시바도 2009년까지 약 8조원을 투입한다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거의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위해서다.
이런 전문화 외에 신규 사업 발굴에도 열심이다. 샤프의 경우 ‘킨(緊)’이라는 차세대 사업 발굴 프로젝트 팀을 비밀리에 운영하며 미래 먹을거리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일본법인 배형기 마케팅팀장은 “일본업체들이 과거 부품부터 완제품·설비까지 일체를 도맡아 만들던 이른바 ‘수직 계열화’ 체제에서 크게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신의 이유는?
전문가들은 일본 업체들이 이런 변신을 통해 세계 전자 업계 정상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일본 전자 업체들은 2000년대 들어 내수 경기 침체에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에 밀리며 엄청난 적자를 경험한 바 있다. 결국 몇 년 전부터 이런 부진을 털어내기 위해 사업 고도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휴대폰, TV 등 상당수의 전자 산업에서 선·후발 업체 간에 기술 격차가 사라지고 수익률도 낮아지면서, 이제는 다시 새로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점도 이런 움직임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대신증권 김영준 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하려면 재원(財源)이 필요한 만큼 일본 업체들도 모든 사업을 다 이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아직 성장의 정체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등이 아직까지는 대부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실적을 내고 있지만, 수십 년 노하우와 역량을 갖춘 일본 업체들이 특정 분야에 전력 투구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템피스투자자문 민후식 상무는 “지난 10년간 세계 전자 시장은 한국과 일본이 양분(兩分)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제 일본업체들이 제2의 결전을 벼르며 차세대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우리 업체들도 바짝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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