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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건강수명 10년의 한국경제

鶴山 徐 仁 2007. 11.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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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수명 10년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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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년은 우리에게 어떤 기간이었는가?

    어떤 사람들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되찾은 10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이렇다. 이 기간 동안 분배와 평등을 중시하는 정책을 편 결과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급격히 저하되었다. 반(反)기업정서가 만연하는 가운데 기업가들은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렸다. 분배 정책이 강조되자 근로자들은 근로 의욕을 잃어버렸고, 결국 실제 분배 상태는 역대 최악으로 치달았다. 성장과 분배에 모두 실패한 것이다.

    반면 지난 10년을 ‘되찾은 10년’이라고 하는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지난 10년 동안 오랫동안 관행처럼 유지되던 정경유착의 고리가 차단되었다. 대기업과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경제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을 모두 포괄하는 균형경제를 만들었다. 더욱이 한국 경제에 항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던 북한 경제를 새로운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만들었다.

    지난 10년이 ‘되찾은 10년’이라면 현재의 정책기조를 그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요, ‘잃어버린 10년’이라면 지금의 정책기조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 하지만 지난 10년의 공과에 대한 평가는 경제평론가의 몫으로 남겨두자. 우리에게는 지난 10년의 공과보다 100배 이상 중요한, 다가올 10년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을 기준으로 10년 후가 되면 한국 경제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00만명을 넘어서서 전체 인구 7명 중 한 명이 노인이 된다. 8년 후에는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10년 후에는 우리나라의 절대 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약 10년 후에는 경제 활력의 저하가 가시화되고, 인구 구조의 변동으로 인해 부동산 및 자산가격의 급격한 변동이 예상된다.

    10년 후 중국과 인도 등의 모습은 오늘과 무척 다를 것이다. 지금은 일부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을 앞서지만, 10년 후에는 대부분의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거의 없어지거나 심지어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는 중국 경제가 성장하는 열차에 한국 경제가 올라타고 있었지만, 머지않아 중국 경제 성장 열차의 바퀴에 한국 경제가 짓밟힐 수도 있다. 급격하게 부상하는 인도의 경우에도 우리 턱밑까지 치고 올라 올 가능성이 크다.

    이 두 가지 요인만 따져보아도 우리에게 기회로 남아있는 기간이 10년 정도가 최대치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설상가상으로 향후 10년 동안 세계 경제 환경은 지난 10년에 비해 우호적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는 누적된 글로벌 불균형의 해소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경제의 급격한 부상으로 인해 세계 각국은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여기에 미국 경제의 일극 체제에서 미국, EU, 친디아(중국·인도)의 다극체제로 변모하면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이다.

    향후 10년 동안 우리는 이 난관을 헤치고 20세기에 어떤 나라도 이루지 못한 개도국에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을 이루어내야 한다. 한강 다리를 건너면서 왼쪽을 볼 수도 있고 오른쪽을 볼 수도 있다. 방향에 따라 다를 것이지만, 왼쪽의 흘러간 물을 보느냐, 아니면 오른쪽의 흘러올 물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이미 흘러간 물이 되어 버린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향후 다가올 거대한 물살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경쟁, 개방, 성과 그리고 나눔을 바탕으로 하는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없는 한 한국 경제의 건강수명이 약 10년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기간 중 경쟁력을 키우고, 경제정의를 바로 세워서 건강 수명을 늘리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않은 경제가 되고 말 것이다.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