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새벽 산길을 걸어오고 詩/雲悲박종영 벙그는 웃음 샛강에 흘리고 지우다가만 새벽녘 별빛 같은 고요 실에 꿰놓고 바람 깃털 하나 슬며시 떨어뜨립니다 서걱서걱 다가오는 아침에 몸푼 어둠 미닫이 문짝이 힘겹습니다 대강대강 살아온 바람 살 칼바람에 에인 살갗 썰어주고 눈먼 낡은 인형에 감꽃 같은 두 눈 붙이는 일 입 벌린 너덜너덜한 신발 한 켤레 직직 하품해대고 바느질한 입술로 땅바닥 흙 파먹는 일 바람은 흐르는 구름 안고 산길을 걷는데 구절초는 질경이 몸 슬쩍 훔쳐보고 마음 풀어놓은 까칠한 얼굴에 햇살 한 줌 뿌려 줍니다 곰팡이 까맣게 핀 녹슨 벽 당신 얼굴 걸고자 가슴에 못질을 해 댑니다 손가락을 찧어가며 튕겨져나가는 살핀들 길가에 핀 개망초가 살점들을 집어먹고 소슬바람결에 솜털을 날립니다 후두두 이파리를 때리던 빗방울 송이버섯 처마밑으로 숨어들던 청개구리 빈 도롱이가 그립습니다 새벽 산길 옆에 수줍게 핀 민들레꽃 한 송이가 어느새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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