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바람은 새벽 산길을 걸어오고

鶴山 徐 仁 2007. 6. 18. 21:47
    
            바람은 새벽 산길을 걸어오고
                    詩/雲悲박종영
    벙그는 웃음 샛강에 흘리고
    지우다가만 새벽녘 
    별빛 같은 고요 실에 꿰놓고
    바람 깃털 하나 슬며시 떨어뜨립니다
    서걱서걱 다가오는 아침에 몸푼 어둠
    미닫이 문짝이 힘겹습니다
    대강대강 살아온 바람 살
    칼바람에 에인 살갗 썰어주고
    눈먼 낡은 인형에 
    감꽃 같은 두 눈 붙이는 일
    입 벌린 너덜너덜한 신발 한 켤레
    직직 하품해대고
    바느질한 입술로 땅바닥 흙 파먹는 일
    바람은 흐르는 구름 안고 산길을 걷는데
    구절초는 질경이 몸 슬쩍 훔쳐보고
    마음 풀어놓은 까칠한 얼굴에
    햇살 한 줌 뿌려 줍니다
    곰팡이 까맣게 핀 녹슨 벽
    당신 얼굴 걸고자
    가슴에 못질을 해 댑니다
    손가락을 찧어가며 튕겨져나가는 살핀들
    길가에 핀 개망초가 살점들을 집어먹고
    소슬바람결에 솜털을 날립니다
    후두두 이파리를 때리던 빗방울
    송이버섯 처마밑으로 숨어들던 청개구리
    빈 도롱이가 그립습니다
    새벽 산길 옆에 수줍게 핀 민들레꽃 한 송이가
    어느새 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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