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스크랩] 들꽃쟁이와 이생진 선생의 바다시편

鶴山 徐 仁 2007. 6. 13. 11:57

  

    * '들꽃쟁이' 간판 

 

지난 토요일 오후 늦게 밖으로 나가

북촌 돌하르방 공원을 지나 동쪽으로 가다가

‘들꽃쟁이’라는 간판이 있어 들어가 보니

온실에 이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인심 좋게 생긴 주인아저씨는  

식구들과 함께 꽃 묘종 작업을 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에 부산에서 넘어와 시작했다는데

부지런 공인지 벌써 온실이 그득하다.


조금 일찍 왔더라면 꽃이 제법 볼 만했었다는 아저씨의 말씀.

그러나, 한 눈에 알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들꽃과

일본에서 들여온 아기자기한 무늬를 가진 종자들이

작은 화분에 심어져 더러 꽃을 피우고 있다.  


아직은 다 갖춰지지 않았지만

주인아저씨와 식구들이 부지런함으로 볼 때

얼마 안 가 예쁜 온실이 되리라는 확신이 섰다.

 

들꽃에 관심이 있는 분들

혹 그 옆을 지나가게 될 때랑 조금 시간을 내 들어가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며 꽃구경해보길 권한다.

 

 

     * 꿩의다리 

 

♧ 바다에서 돌아오면 - 이생진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부자였는데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가질 것이

없었는데

날아가는 갈매기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바다에서

가진 것이 없었는데

바다에서 돌아가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 붉은양지꽃 

 

♧ 술에 취한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 말발도리 


♧ 유배된 섬 - 이생진

 

       - 만재도 ·6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에 유배되었고

최익현 선생도 흑산도 진리에 유배되었다는데

여기 만재도는 섬 그 자체가 유배된 섬

흑산도에서 유배된 섬 가거도로 가고

가거도에서 유배된 섬 만재도로 가고

만재도에게 유배된 섬

'나'

내 섬엔 이름이 없다

'나'에게서 유배되면 어디로 가나


떠나지 못하는 것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섬이다

외로움을 떨치지 못하는 것은 섬이다

외로움에 눌려 바위가 된 것은 섬이다

내가 너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은 섬이요

네가 나에게서 떠나지 못하는 것도 섬이다

섬이 되지 않으려고 태양은 바다에서 떠났고

별도 바다에서 떠났지만 그들은 하늘에서 섬이 되었다

떠나지 않는 것들도 섬이다

그러나 한 시대의 섬이 되는 것도

한 시대의 고독을 기억할 수 있어 좋다

너는 만재도쯤에서 섬이 되라

언젠가는 저 별도 이 섬으로 올 거다


 

   * 무늬장구채 


♧ 설교하는 바다 - 이생진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 기린초


♧ 바다를 본다 - 이 생 진


성산포에서는

교장도 바다를 보고

지서장도 바다를 본다

부엌으로 들어온 바다가

아내랑 나갔는데

냉큼 돌아오지 않는다

다락문을 열고 먹을 것을

찾다가도

손이 풍덩 바다에 빠진다


성산포에서는

한 마리의 소도 빼놓지 않고

바다를 본다

한 마리의 들쥐가

구멍을 빠져나와 다시

구멍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깐 바다를 본다

평생 보고만 사는 내 주제를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나를 더 많이 본다

 

 

  * 참조팝나무

 

 ♬ 경음악 - My Way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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