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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곱게 단장하는 지리산 - 비둘기봉, 써리봉에서...

鶴山 徐 仁 2005. 10. 25. 08:44

        
         곱게 단장하는 지리산 - 비둘기봉, 써리봉에서
 

언   제 : 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경  로 : 위새재 - 조개골 - 조개골 아지트 - 산사면 - 비둘기봉 - 치밭목 산장 - 써리봉 -
            치밭목 산장 - 무재치기 폭포 - 새재 갈림길 - 새재 - 조개골 산장
 

지리 천왕의 위풍당당한 위용과 한없이 넓은 품이 그리웠다.
속도 산행이 아닌 쉬엄쉬엄 느림보 산행으로 지리의 품에서 하루를 놀고 싶었다.

산에 함께 가자면 질색하는 큰아이가 선뜻 따라 나서 주는게 대견 스러운데
작은놈은 며칠후 시험이라며 핑계를 댄다.
초등학교 그깐 시험공부 보다 자연과 더불어 여행하는 공부가
훨 도움이 된다고 꼬셔보지만
몇주전 승학산 억새 산행에 다녀온 것으로 지는 만족한다니
더 이상 꼬셔볼 방법이 없어
큰아이와 둘이서 여행을 겸한 산행에 나섰다.

지리산 대원사 지나 윗새재에서 조개골로 중봉에 올라
천왕봉을 비롯한 지리 주능선을 시원하게 조망하고
써리봉에서 단풍도 즐기는 산행을 계획 하면서..

토요일 오후 부산을 출발하여 지리산 대원사 방향으로 접어 들어
남명 조식 선생 기념관을 지날 즈음 천왕봉 위에 걸린 구름과 지리능선이
연출하는 멋진 모습을 바라보며 대원사를 지나
어둠이 깔려오는 깊은 산길을 돌아 민박집에 들어섰다.

 

 

전날 예약 과정에서 식당을 겸하는 민박집이라는 설명에
취사 준비했던 것을 귀차니즘으로 다시 원위치 시키고 매식 하기로 했다.

처음으로 큰아이가 따라주는 술잔을 받으며
집떠나 깊은 산속에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데
걷는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는 내일 산행이 약간은 걱정되는 듯,
바뀐 잠자리에 깊은 잠을 못자고 뒤척인다.

다음날 일찍 아침 식사후 민박집 아주머니가 싸준 주먹밥 배낭에 넣고 산행에 나섰다.
이른 아침 산골의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시작된 산행은
길 왼쪽으로 청량한 계류의 물소리가 산행길을 상쾌하게 하고
조용하고 한적한 산길에 노랗게 물들어 오는 단풍은
한줄기 시원한 가을바람에 흐느적 거리며 발길을 멈추게 한다.

30여분후 계류를 지나며 남녀3명의 산님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행은 계속되는데...

 

 

산행후 한시간여 지나 갈림길에서 조개골 계류를 만나고 이곳에서 그만 길을 놓쳤다.
'조개골 아지트 30m'라는 화살표 안내판이 나무에 걸려 있는 계류를 건너
아지트 안내문과 흔적을 돌아보며 몇발짝 나가 보니 사전에 조사한 정보와는 많이 틀리다.
'조개골 아지트'라는 뚜렷한 이정표에 대한 설명이 없었고 길도 너무 희미하다.
산행 방향이 아닌 것 같아 돌아 나오는데 조금 전에 만난 일행분중 아주머니 한분이
조개골 계곡을 몇 번 산행 해 봤고 이 길이 맞다고 해서
아무 생각없이 그 일행분 뒤를 따르게 되는데....

 

희미한 산길을 쉬엄쉬엄 1시간여 지나 산사면에 접어들며
희미하던 길도 흔적을 감추고 만다.
지도를 꺼내들고 대략 방향 감각과 등고선을 살펴보니
조개골은 오른쪽으로 계류를 따라 올라야 되는데
우리가 산행한 방향은 계류를 건너 1470봉 7부능선쯤의 사면에 위치해 있는 듯 하다.

사면을 치고 올라 지능선에 다다르니 다시 산길을 만나고
지도상의 1470봉이란 확신이 든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삼천포에서 오신 3분 일행중 앞서의 아주머니는
지리산 비지정 등산로에 대한 상당한 산행 경험을 갖고 계신다고 한다.
길을 잘못 들어 오르는 이봉의 이름이 비둘기봉 이고 전에 오른 경험이 있다 하시면서...

새재마을에서  봤을 때 이 봉 오른쪽이 조개골이고 왼쪽으로는 유평리에 닿는 한판골,
봉우리 너머는 치밭목 산장인 셈이다.

오늘 산행의 초입이 새재 마을 '비둘기봉 산장'(민박집)을 지나며 들머리가 열렸는데
이 아주머니의 말씀대로 '1470봉의 이름이 비둘기봉'이란 것을 알 게 됐으니
길을 잘못 듬으로서 얻은 소득중의 하나인 셈이다.

 

 

산자락을 헤메고 얻은 소득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1470봉 정상에서의 조망은
산사면을 치고 오를 때의 답답함을 날려 보내고도 남을 만큼 충분했다.

저 멀리 이름 모를 지리능선의 산자락은 병풍처럼 휘돌아 치고
그 너머엔 안개속에 무수한 섬들이 그리움으로 떠 있고...

 

 

아무런 표시가 없는 1470봉(비둘기봉) 정상 옆엔 바위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어
아이와 함께 곱게 익어가는 주변 풍경을 즐기며 한참이나 발길이 머물렀다.

 

써리봉 능선너머 삐쭉 솟은 천왕봉의 감칠맛과 함께...


 

 

건너 보이는 써리봉과 내려보이는 대원사 계곡 능선엔
빨강,노랑,주황색 물감을 흩뿌려 놓고서 화사하게 반겨주고 았었다.

 

 

 

 

 

써리봉 능선 너머로 그립던 천왕봉 정상 암봉도 살짝 보여주는데...

발길을 옮겨 능선길을 내려서 치밭목 산장에 도착했다.
내색은 않했지만 길없는 산속을 헤매고 다닌 가슴 졸임을 쓸어내리는데
아이도 걱정스럽던 표정이 환히 펴진다.

원래 산행 계획은 조개골을 올라 치밭목 산장으로 가는 갈림길에서
하봉과 중봉사이로 바로 치고 올라갈 생각 이었는데 길없는 산사면을 치고 오르며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모 되었다.

중봉, 천왕봉 찍고 오기에는 아이에게 아무래도 너무 무리일 듯 싶다.
나 또한 왼쪽 무릅이 않좋아 무리하면 않될 것 같고....
일단 아이와 써리봉까지만 오르기로 한다.
지리 천왕을 조망하기에는 써리봉 만한 전망대도 흔치 않다.

 

 

붉은 단풍의 유혹을 뒤로 하고...

 



써리봉 오르는 중간 중간 바위 전망대는 산꾼들의 발길을 붙잡고
둘러보는 능선과 계곡마다  꽃단장 곱게 하고 보듬어 달라고 손짓하는 것 같다.

그 황홀함에 아이와 나는 몇 번이나
'와 ! 멋지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었다.
단세포로 구성된, 그나마 알콜에 의해 무수히 파괴된 내 뇌세포는
그 이상의 감정과 표현을 허락치 않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푸름과 붉음의 조화를 뒤로 지리 천왕은 우뚝 그 자태를 드러낸다..



써리봉에 올라 조개골 계곡과 오른쪽으로 1470봉(비둘기봉),
그아래 치밭목산장을 바라보며 땀을 씻고 천왕을 향해 눈을 돌리는데...

 


 

 



 



중봉 너머 지리 천왕봉은 그 자리에 그렇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있었다.
위엄있고 근엄한 최고봉의 위용 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듯하여
써리봉 암반 주변을 오랫동안 서성이며 지난 여름 종주후의 그리움을 달랬다.



 



천왕,중봉,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다시한번 둘러보고  
발길을 돌려 다시 치밭목 산장으로 내려 선다.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무재치기 폭포의 단풍은 절정을 향해 달려 가는데
폭포에 물이 말라 아쉬움으로 남는가 했더니..



폭포 아래 계곡은 현란한 오색의 향연이 펼쳐지며 하산길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무재치기 폭포를 지나며 힘들어 하는 아이와 함께 쉬엄쉬엄 갈림길을 지나 새재로 향하며
다음주엔 지리 피아골이나 뱀사골에서 올라 반야봉에서 비박하고
올라온 반대 계곡으로 하산하는 일정을 머리속에 그려본다.
절정의 지리 계곡 단풍과 반야 낙조를 감상하고 비박으로 하늘에 별을 헤아려 보며,
다음날 일출까지 볼 수 있다면....



산행 날머리는 새재 계곡을 가로 질러 녹색 구름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따라 나오면
숙식한 조개골 산장으로 바로 연결되어 있다.

 



쉬엄쉬엄 산행이라도 8시간 30분의 산행을 좀 힘들어는 했지만
무사히 마친 아이의 등을 두드려 주니 우쭐해 한다.
컴퓨터 게임 하게 빨리 집으로 가자면서...

대원사 계곡을 빠져 나오며 아이는 컴퓨터 게임 생각,
나는 다음주 색다른 산행 계획을 생각고 있었다. 

 



 

 


 


 
출처 : 바람위로 |글쓴이 : 바람위로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