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억새, 가을에 흐느끼는 은빛 숨결

鶴山 徐 仁 2005. 10. 14. 12:53
스포츠조선 글ㆍ사진=김형우 기자
입력 : 2005.10.13 12:04 58' / 수정 : 2005.10.13 12:27 46'

가을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자연의 테마로는 단풍과 억새를 꼽을 수 있다. 단풍이 오색 빛 화려함으로 가을을 꾸민다면 은빛 억새는 은은한 느낌으로 수수한 듯 황홀한 가을의 낭만을 담아낸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오히려 억새를 '가을의 서정'에 곧잘 빗대곤 한다.

한바탕의 가을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이는 억새의 군무. 눈앞에 어른 거리는 은빛물결은 '가을의 열병'을 한아름 안겨 놓고 사라진다.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야속타 해야할까….

● 월드컵 공원(서울)


▲ 월드컵공원 '하늘공원'에 오르면 광활한 억새밭에서 가을의 서정을 만끽할수 있다.
서울에는 '천상의 공원'이 하나 있다. '천국의 계단'을 올라 만나는 신천지. 어디일까? 마포 월드컵 공원에 조성된 '하늘공원'이 바로 그곳이다.

이즈음 하늘공원은 온통 은빛 세상이다. 6만여평 광활한 초지에는 사람키를 훌쩍 넘긴 억새가 산들바람에 이리저리 너울댄다.

가을이 깊어 가는 휴일 오후. 하늘공원을 향하는 인파의 행렬은 마치 무슨 성지순례객을 연상케 할 만큼 줄지어 이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행락객이 여유로운 가을을 느끼기에도 하늘공원은 드넓기만 하다.

높푸른 하늘 아래 툭트인 시야, 강건너 불어 오는 선선한 가을바람. 뉴욕의 센트럴파크나 런던의 하이드파크와는 또다른 격조의 근사한 도시공원이다.

억새밭에 드러누우면 눈앞에 코발트빛 스크린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꿈, 사랑, 희망…, 구름이 빚어낸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형상들이 한편의 애니메이션 처럼 흐른다. 그림에 물렸다 싶으면 하늘공원의 '영사기사' 억새의 몸놀림이 분주해진다.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사각사각 가을 하늘에 걸린 조각 구름을 쓸어대기 바쁘다.

선선한 가을 기운에 절로 감겼던 눈을 살포시 뜨면 이내 새로운 화면이 등장해 있다. 종일토록 이어지는 변화무쌍한 가을 하늘의 풍광. 하늘공원의 또다른 즐길거리다.

하늘공원이 더 아름다운 것은 탄생배경에도 있다. 그야말로 쓰레기 더미위에서 피어난 별천지.

푸르른 초지위에 하얀 풍력발전기가 한가롭게 돌아가는 이국적 풍광의 도시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억새밭을 거닐며 가을의 서정을 맛보았다면 아름다운 서울의 전경을 볼 차례. 전망대 앞에 서면 북쪽으로는 북한산, 동쪽으로는 남산과 63빌딩, 서쪽으로는 행주산성이 아스라하게 시야에 잡힌다. 가슴 툭 트이는 청량감에 속이 다 후련해진다.

● 천관산(전남 장흥) 


남도 억새의 명소로는 전남 장흥의 천관산(723m)을 꼽을 수 있다. 천관산은 호남정맥이 들판을 가로질러 바다로 내달리다 우뚝 멈춘 바위산으로 지리산, 내장산, 월출산, 변산과 더불어 호남의 5대 명산으로 손꼽힌다.

능선과 정상부의 깎아지른 듯 솟은 기암괴석이 웅장한 명산의 풍모를 더한다. 특히 산을 오르며 점점이 펼쳐진 다도해의 전경도 감상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은 산행코스를 갖추고 있다.

가을 천관산은 40만평의 억새밭이 장관을 이룬다. 연대봉에서 환희대를 거쳐 구정봉까지 이어지는 약 4㎞의 능선을 따라 은백의 억새가 파도처럼 일렁인다. 맑은 날이면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는 연대봉에서 마주하는 억새밭과 다도해의 어울림은 가히 압권이다. 다도해에서 불어온 해풍이 억새밭을 훑고 지나면 흰눈이 내려앉은 듯한 억새밭은 이내 파도타기를 한다. 어른 키 높이로 자란 억새물결을 헤치는 울긋불긋 산행객들의 행렬은 하얀 도화지 위에 점점이 흩뿌려진 가을 잎새와도 같다.

천관산 억새는 해질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뽐낸다. 다도해를 배경으로 시시각각 그 색깔을 덧칠해가는 모습은 차라리 황홀경이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서 은백색으로 빛나던 억새는 가을 해가 뉘엿뉘엿 탐진강에 내려 앉으면 이내 금빛 찬란한 황금색으로 물든다.

탑산사 아래의 천관산문학공원은 천관산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이다. 장흥 출신 작가인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을 비롯해 타계한 구상 등 작가 54인의 친필원고를 받아 만든 자연석 시비와 660개의 돌탑이 세워져 있다.

● 여행메모

▶월드컵 공원 억새 축제=제4회 월드컵공원 억새축제가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하늘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다양한 테마의 음악회, 억새밭 밤길걷기, 가을편지 쓰기, 억새 공예전시 및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이벤트도 펼쳐진다. 행사기간 오후 10시까지 하늘공원 개방.

▶천관산 가는 길(장흥)=서해안고속도로 목포IC~장흥~장흥읍 23번국도~관산, 탑산사 팻말을 따라가면 산행 시점인 천관산문학공원~천관산(산행 3시간 소요).

▶천관산 묵을 곳=장흥 수문해수욕장 인근의 옥섬워터파크(061-862-2100)는 24시간 찜질방과 사우나, 객실, 음식점, 스카이라운지 등을 갖춘 16층 규모의 해상레저시설. 소록도를 비롯한 고흥반도의 다도해가 한눈에 들어오고, 녹차탕, 매실탕, 표고버섯탕 등 기능성 탕을 갖춘 사우나가 유명하다.

▶억새 여행상품=◇위즈여행사(www.iwiztour.com)는 가을 제주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여행'이라는 억새 여행상품을 내놓았다. 제주 오리엔탈 호텔 2박3일(19만9000원), 썬비치 관광호텔 2박3일(15만9000원). 왕복항공료, 숙박료(2인 1실 기준), 호텔 조식 2회, 중식 2회, 전 일정차량, 가이드 비 포함. 1588-2237

◇우리여행사(www.wrtour)는 '서울~천관산 억새~보성 녹차밭~화순 운주사~서울'를 둘러보는 무박 2일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11월6일까지 매주 수, 토, 일요일 오전 7시 출발. 5만9000원. (02)733-0882

● 그밖의 억새명소들

▶명성산(경기도 포천, 강원도 철원)=수도권지역의 대표적 억새 명소. 신라 마의태자의 망국의 한이 서린 곳이다. 마의태자가 바위산에 올라 설움에 복받쳐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 그래서 '명성(鳴聲)'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산정호수를 출발, 삼각봉의 9부 능선에 오르면 광활한 억새 평원이 펼쳐진다. 비선폭포, 등룡폭포 등 등산로 곳곳에 비경이 숨겨져 있다.

▶민둥산(강원도 정선)=강원도의 대표적 억새 군락지. 정선군 남면에 위치한 민둥산(1117m)은 요즘 산정부에 하얀 눈이 내리기라도 한 듯 은빛 물결로 출렁인다. 민둥산 산행의 매력은 오르기 쉽다는 것. 코스가 길지 않고, 너덜지대(바위 지대) 등 난코스가 거의 없어 가족 나들이에도 적격이다.

▶오서산(충남 보령·아래 사진)=충청남도에서 계룡산 다음으로 높은 산(790.5m)이다. 정상을 중심으로 약 2㎞의 주능선에 깔린 억새밭이 장관이다. 특히 해질 무렵이면 바닷물 까지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압권. 황금빛 억새밭에서 만나는 서해의 일몰이 환상이다. 대천 해수욕장 등에서 서해의 가을 별미 대하 등을 맛볼 수 있다.

▶화왕산(경남 창녕)=화왕산은 봄-가을, 일년에 두 차례 대변신을 한다. 봄이면 산능선에 불길이 타오르듯 붉은 진달래가 피어오르고, 가을이면 정상의 평원이 은빛 물결로 넘실댄다. '환장고개'로 이름 붙여진 가파른 언덕을 넘어서면 광활한 억새 평원이 펼쳐진다. 가야 고분군과 원시의 생태계를 간직한 국내 최대의 우포늪도 볼거리.

▶사자평(경남 밀양)=국내 최대의 억새군락지로 꼽히는 곳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과 재악산 사자봉의 사이를 잇는 사자평고원은 넓이가 125만여평에 달한다. 광평추파라 하여 가지산의 연봉인 재악산 8경중에서도 첫 손에 꼽힌다. 표충사 등 주변 볼거리도 쏠쏠하다.

▶제주 산굼부리=가을의 한라산 자락은 억새밭 천지다. 한라산 순환도로는 물론 관통로 곳곳에서 억새가 제주 바람에 은빛 자태를 일렁인다. 그중 대표적 억새 군락지로는 성산 일출봉에서 성읍 민속마을을 연결하는 1119번 지방도로의 양켠과 북제주군 조천읍 일원. 억새오름길과 산굼부리 억새밭에서 제주의 가을 정취를 만끽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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