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방 투자 독려, 정치 논리 앞세워선 안 된다[사설]
문화일보
입력 2026-06-23 11:3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25일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회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오는 29일 반도체·인공지능(AI) 관련 기업 인사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균형발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는데, 사전 조율로도 비친다. 대통령과 기업인의 회동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수도권 집중 완화와 지역 발전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그러나 대통령과 기업인 만남은, 정부가 경제계 의견을 듣고 인프라 구축 등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기업이 특정 지역에 사업체를 짓도록 은근히 압박을 가한다면 기업 경쟁력도 국가경제도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절대 잊어선 안 될 점은, 투자 결정의 시작도 끝도 기업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는 7월 통합될 전남·광주 지역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영호남 문제가 있어서 호남에 균형을 좀 맞춰야겠다”고 했다.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당선인은 “머지않아 반도체산업과 관련한 정부와 기업의 발표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사업의 입지·인력 등 인프라 적합성과 생태계 유지 방안, 정부·지자체의 지원, 중장기 반도체 육성 전략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채 ‘어느 지역이냐’에만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다. 균형 발전을 내세웠지만, 특정 지역 배려 물타기처럼 보인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국민경제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 논리에 좌우되지 않도록 유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투자로 이어진다면 논의 사항이 될 것으로 본다”고도 했다. 당연한 입장이다. 반도체 기업들의 이사회가 충분한 논의 없이 지방 투자 계획을 의결할 경우, 개정된 상법에 따라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투자는 오롯이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도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의 부당한 독려도, 거기에 휘둘린 부적합한 투자 결정도 모두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다. 기업은 경쟁력을, 정부는 신뢰를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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