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애플 CEO의 텅 빈 링크드인
입력 2026.04.30. 23:35업데이트 2026.05.01. 07:57
존 터너스 차기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링크드인 경력란. 사실상 텅 비어 있다. /링크드인
지난 20일 애플 CEO 교체 소식이 있었다. 15년간 애플을 이끈 팀 쿡이 물러나고,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부사장이 9월부터 CEO직을 맡는다. 그는 25년간 애플에서 근속하며 아이폰·맥북 등 시장을 뒤흔든 혁신적 제품의 개발에 참여해 왔다. 앞으로는 애플의 ‘인공지능(AI) 혁신’을 주도할 책임을 맡게 됐다.
시총 세계 2위인 4조달러 기업을 이끌게 된 터너스에 대한 분석과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리콘밸리 직장인들 사이 화제가 된 것이 있다. 그의 ‘링크드인(LinkedIn)’이다. 링크드인은 자신의 이력·커리어 관련 정보를 쓰는 소셜미디어로, 특히 미 테크 업계에선 명함과 같은 역할을 한다. 터너스의 링크드인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다. 경력란에는 ‘애플’(2001년 7월~현재)과 ‘버추얼 리서치’(1997~2001년)뿐 제품 출시, 승진, 프로젝트 관련 내용은 전무하다. 외신에 따르면 CEO가 된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팔로워는 8000여 명 수준. 테크 기업의 임원치고 단출하다.
팀쿡 대표에 이어 새로 애플 대표를 맡게된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문 총괄 부사장. /AP연합뉴스
신기하고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는 ‘잦은 이직=성공’ ‘과시=자기 브랜딩’이란 실리콘밸리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이직을 거듭하며 여러 경력을 쌓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공을 자축하는 글을 쓰고, 수만 명의 팔로워가 있는 ‘링크드인 인플루언서’가 되는 게 몸값을 높이는 일로 여겨진다. 그러다 보니 단출한 터너스의 이력을 두고 “이것이 바로 ‘조용한 럭셔리’다” “링크드인에서의 존재감은 성공 필수 조건이 아니다”는 반응이 나왔다.
모든 것을 가속화하는 AI 시대가 열리며 리더의 덕목으로도 조직 신뢰·경험보다 젊음·유명세가 더 중요해진 분위기다. “혁신한다”는 이유로 오래 일한 직원들을 하루아침에 자르고, 대학교를 중퇴한 ‘천재 소년’이 조직의 수장이 되는 일이 흔하다. 뺏고 빼앗기는 인재 전쟁 속에 장기 근속은 ‘이직 제의를 받지 못한 무능력’으로 비치며, 유명 창업자는 제품 출시 전에 대규모 투자를 받기도 한다. 이로 인해 업계는 뒤숭숭하고 조급하다. 고용 안정성이 강한 한국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IT 업계를 시작으로 ‘평생 직장’ 개념이 무너졌으며, 한 직장에 오래 있는 것은 안주·도태의 상징이 된다.
하지만 실력을 쌓는 데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터너스가 좋은 CEO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텅 빈 링크드인에 실리콘밸리 직장인들이 열광한 이유는 명확하다. 모두가 더 빨리 달리고 더 크게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고 압박받는 시대에, 묵묵히 쌓아 올린 시간과 실력의 무게에 대한 존경과 반가움 때문일 것이다. 혁신과 속도 못지않게 성실함과 책임감도 중요하다. 자기 홍보 못지않게 조직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을 ‘일의 본질’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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