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3.12.03. 21:20업데이트 2023.12.03. 23:56
지난해 신생아 수는 25만명을 밑돈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한국이 흑사병으로 인구가 급감한 14세기 유럽보다 더 심각한 인구 감소기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사진은 신생아의 발. /픽사베이
일러스트=이철원
독설가로 유명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5월 X(트위터)에 출산율이 가장 낮은 한국과 홍콩을 꼽으며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3세대 안에 한국 인구는 현재의 6%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재 5100만명인 우리나라 인구가 300만명 정도로 쪼그라든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낮은 일본과 이탈리아도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부부 2명에 자녀 두 명이면 인구수가 유지될 듯하지만 태어난 아기가 모두 성년까지 자라는 게 아니라서 대체 출산율을 2.1명으로 잡는다. 현재 우리 출산율은 0.7명으로 떨어졌다. 이대로면 대략 한 세대마다 유소년 인구가 3분의 1로 준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25만명이 채 안 된다(24만9186명). 2070년에 태어날 아기는 연간 10만명 정도라고 한다. 이런 추세를 멈추지 못한다면 100년 전으로 돌아가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일제강점기인 1910년 한반도 인구가 1330만명이었고 1920년에 1700만명이었다. 머스크의 악담을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1960년에 우리나라 출산율은 6.16명에 달했다. 현재 아프리카 국가들의 출산율과 비슷하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표어까지 도입해 강력한 산아제한을 실시한 바람에 출산율이 1970년에 4.5명, 1984년에는 대체 출산율 수준인 2.1명으로 뚝 떨어졌다. 많이 태어난 아기 덕에 1949년 2000만명을 갓 넘은 우리나라 인구는 2012년에 5000만명을 돌파했다. 60여 년만에 인구가 2.5배로 불었다.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맞물려 국부가 빠르게 커졌다.
▶하지만 대체 출산율 수준에서 멈추지 않고 2001년에 출산율이 1.3명으로 하락하면서 2020년을 기점으로 인구 감소기에 접어들었다. 문제는 인구 감소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가 ‘한국은 소멸하는가’란 제목의 칼럼에서 대한민국 출산율이 0.7명으로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2060년대에 인구가 3500만명 정도로 줄 것이라는 추산은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략 1970년대 중반으로 회귀하는 셈이다.
▶스웨덴의 부부 학자 알바 뮈르달·군나르 뮈르달은 1934년 작 저서 ‘인구 위기’에서 “출생률 저하를 막으려면 무(無)자녀를 추구하는 복잡한 심리적 동기를 없애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했다. 자녀를 가짐으로써 드는 비용을 줄여주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를 가족 친화적 사회로 쇄신하는 일대 혁신이 이뤄져야 ‘대한민국 소멸’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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