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 3100만원대 실속형 등 신형 3종 출시
쏘나타·K5하이브리드와 값 비슷…연비는 높아
현대차 대응 고심…배터리 보장기간 연장 검토
가격 거품을 확 걷어낸 신형 프리우스가 출시됐다.
한국토요타는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연 신형 프리우스 출시 행사를 통해 판매 가격을 공개했다. 실속형인 프리우스이(E)(사진)는 기존 프리우스(3790만원)보다 660만원이나 떨어진 3130만원으로 책정됐다. 준중형급인 배기량 1.8ℓ급 차량에는 다소 고사양이라는 평가가 있었던 자동주차 보조장치와 가죽 시트 등의 옵션을 제거한 결과다. 기본형인 프리우스엠(M)도 한국형 내비게이션을 새로 장착했지만 기존 프리우스보다 20만원 싼 377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가격이 2865만원에서 3295만원인 현대·기아차의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케이5 하이브리드에 견줄 만한 가격이다. 특히 프리우스의 연비는 29.2㎞/ℓ로 쏘나타·케이5 하이브리드(23㎞/ℓ)보다 월등히 앞선다. 일반 중형 가솔린 차량과 비교해도 월등한 연비를 고려할 때 장거리 출퇴근자에겐 적극 고려해볼 만한 가격이다. 다만 기존 옵션이 다 들어가고 차량 내부에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태양광 패널이 장착된 최고급 모델 프리우스에스(S)는 4120만원으로 나왔다.
한국토요타의 공격적 가격 인하에 현대·기아차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준중형급(프리우스) 차를 중형급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는 할 수 없다”면서도 “고급 옵션을 뺐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놀라운 수준의 가격 인하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준중형급 차에 3000만원 이상 지불할 소비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현대·기아차가 반격 카드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배기량에 차이가 있지만 프리우스 가격을 국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표준으로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며 “현대차로선 가격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대차 쪽은 가격 인하에 앞서 현행 10년 20만㎞ 배터리 보장 기간을 더 늘려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리우스의 배터리 보장기간은 5년 8만㎞다.
폴크스바겐을 중심으로 한 유럽 자동차 업계가 주도하고 있는 디젤 자동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간의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1~2년 동안 유럽 디젤 자동차는 20㎞/ℓ 안팎의 고연비를 내는데다, 전기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쓰는 신기술에 대한 심리적 불안감마저 없는 터라 국내 소비자에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보다 월등하게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
박은석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차장은 “프리우스 가격은 국내 소비자에게 많이 팔린 폴크스바겐의 골프(1.6 디젤 모델)나 제타(1.6 디젤 모델)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와 디젤 간의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