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사진과 映像房

[스크랩] 참나리 장마 속에서

鶴山 徐 仁 2011. 7. 8. 22:23

 

참 더운 장마다. 하긴 어제가 소서(小暑)이고 보면

장마가 아니라도 더울 만도 하지만 센 바람이 부는데도

어지간히 덥다. 이 일 저 일 끝내고 나서 참나리도 볼 겸

운동 삼아 별도봉 산책을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참나리는 잘 피었지만 바람이 불어 찍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더욱이 띠와 잡초가 어른거려 한참 걸려 이정도다.


참나리는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1.5m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피침 모양이다. 7~8월에 누런빛을 띤 붉은색

바탕에 검은 자주색의 반점이 있는 꽃이 아래를 향해 피고

열매는 긴 달걀 모양의 삭과를 맺는다. 비늘줄기는 약용 또는

식용하고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중국이 원산지로 산야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의 중부 이남, 중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참나리(44) - 손정모


해마다 여름이면

진주

새벼리 절벽

참나리 꽃 눈부시다.


진달래 알고부터

눈에 익은 꽃물결

물안개에 떠밀려

강물에도 굽이친다.


기다림 부질없던 날마다

살며시 입술 깨물며

눈물져 흐느끼던

순수한 영혼이여.



 

♧ 참나리꽃 - 이현우


오만傲慢의 극치로다.

는개 오는 신 새벽

가시덤불 위에서

나신裸身으로 춤을 추는

유월의 여왕.

샛바람만 불어도

청산이 엎드리네.


-------------

*는개: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좀 가는 비

 



 

♧ 야트막한 사랑 - 강형철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언덕 위의 사랑 아니라

태산준령 고매한 사랑 아니라

갸우듬한 어깨 서로의 키를 재며

경계도 없이 이웃하며 사는 사람들

웃음으로 넉넉한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매섭게 몰아치는 눈보라의 사랑 아니라

개운하게 쏟아지는 장대비 사랑 아니라

야트막한 산등성

여린 풀잎을 적시며 내리는 이슬비

온 마음을 휘감되 아무것도 휘감은 적 없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가슴이 뛸 만큼 다 뛰어서

망둥이 한 마리 등허리도 넘기 힘들어

개펄로 에돌아

서해 긴 포구를 젖어드는 밀물

마침내 한 바다를 이루는


사랑 하나 갖고 싶었네

이제 마를 대로 마른 뼈

그 옆에 갸우뚱 고개를 들고 선 참나리

꿀 좀 핥을까 기웃대는 일벌

한 옴큼 얻은 꿀로 얼굴 한번 훔치고

하늘로 날아가는


 

 

♧ 옛집 - 조용미

 

나와 동생이 탯줄을 잘랐다는 이십 년도 넘게 내버려진 폐가에

아침 안개를 걷고 올라가 보면

잡풀과 도꼬마리 옷에 쩍쩍 들러붙어

마당 어귀에서부터 발목이 잡힌다

안으로 들어서려는 그 어떤 힘도 완강하게 거부하는

폐허의 城, 깨진 옹기 뒹구는 장독대를 바라보며 폐허와 내가

반대편에서 자라고 있었음을 알겠다

메주를 메달아 놓아 늘 쾨쾨한 냄새가 가시지 않던

사랑방 문짝까지 닿으려면

허리까지 오는 잡풀들만 걷어내면 되는 것일까

길을 낼 한치의 빈틈도 내주지 않는 잡풀과 나 사이의 경계가

산맥처럼 멀다 폐허를 더듬으려면

내 몸 구석구석을 만져보면 된다

동생이 구운 참새 다리를 물고 서 있다 작은아버지가 타작을 한다

할머니가 애호박을 삶는다 고모는 보이지 않는다

장독대 옆에 참나리가 핀다 뒤란에 까마중이 까맣게 익는다

내가 그걸 탁탁 터뜨린다 옛집이 잠시 붐 빈다


죽어 한가로운 앞마당의 감나무,

이사터 옛집과 내가 헤어지고 나면 서로 어디까지 치 닫을지 모른다

옛집은 낙타의 걸음걸이로 세월을 향한다 

 

 

 

 

♧ 길의 노래 - 김학산


백악기 공룡의 등 굽은 산길을 돌아 나그네가 간다

캄캄하고 환한 배내 속 길을 홀로 저만치 간다


길을 떠나 길이 되어버린 세계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후박나무도 상수리나무도 매화도 산딸기도

모두가 길이 되어버린 세계는 평화롭다


아직도 잠의 젖니에 물려 있는 저기 저 참나리

새벽달빛 째지는 미소로 나를 훤히 읽고 있다

내 마음에 너무 많은 길이 있어 산이 되고 물이 되고

하늘이 되었던 길 위

그리움의 부리 딱딱거리며 여명의 수평선을

눈물 그렁그렁 거리며 날아오르는 저 파란의 새 때들


보라

앞산 뒷산도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외로움을 달래고 있지 않은가

길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은 우주를 만드는 일이거늘

길을 떠나 길이 되어버린 세계는 이제

베개를 높이 고여 주무시도록 하라


누군가 떠나가고 또 다시 누군가 돌아오는 길은 이처럼

아름답고 황홀하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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