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은 강북구와 용산구의 오후 2시 기온이 33.9도에 달하는 등 32∼33도로 불가마 더위를 느끼게 했고 습도 또한 53%까지 유지돼 불쾌지수는 ‘전원 불쾌’에 해당하는 83에 이르렀다.
정오가 되기 전부터 시작된 폭염은 오후들어 더 심해졌고 시민들의 얼굴은 사우나에서 억지로 버티는 것처럼 일그러졌고 말끝마다 “더워”라는 한숨이 새나왔다.
광진구 구의동에서 생필품 할인점을 운영하는 이모(50)씨는 “매장 안에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얼굴을 찡그리고 ‘왜 이렇게 덥느냐’는 말로 인사한다.”며 “물건 계산을 끝낸 사람들이 에어컨 앞에 서서 ‘조금만 쉬다가 가면 안될까’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와 경북지역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을 실시하는 한편 매년 7월 말부터 실시하던 여름방학을 앞당겨 오는 15일을 전후해 시작하기로 했고 경기교육청도 일선 학교에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단축수업 등을 검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대전지역 일부 학교도 더위로 인한 사고를 막으려고 단축수업을 하기로 했으며 시민들의 폭염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대책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비상근무체제에 들어갔다.
서울 강남의 한 건축 공사장에서 일하는 홍현길(57)씨는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이런 날씨에 일을 하려니깐 곧 쓰러질 것만 같다.”며 “평소보다 자주 그늘에서 쉬고 있는데 건물주가 빨리 좀 하라고 다그쳐 짜증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남 합천에서는 지난 8일 콩밭에서 일하던 차모(83·여)씨가 폭염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숨진 데 이어 이날 오전 6시께도 최근 수일간 밭일을 해오던 문모(63)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다가 숨졌다.
경북 상주의 한 양계농가에서는 지난 7일과 8일 사이 닭 3천여마리가 더위에 집단폐사했고 비슷한 시기에 포항과 경산의 양계농가에서도 닭 100∼700마리가 폭염에 떼죽음당했다.서울의 경우 아직 인명피해가 관련 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가운데 각 구청들은 나들이에 나선 노인들이 폭염 속에 쓰러지는 걸 막으려고 노인정 등지에 ‘무더위 쉼터’를 별도로 운영하는 등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이정권 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하루 중 기온이 최고에 달하는 오후 1∼3시에는 작업을 중단하고 휴식해야 한다.”며 “휴식시간은 짧게 자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 수도 있는 일사병은 구토와 두통·한기·체온상승·의식불명의 순서로 진행되는 데 몸의 상태를 조기에 파악하고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