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엑상 프로방스는, 유럽 어느 곳에서든 마주칠 수 있는 인구 13만의 소도시입니다. 하지만 음악제를 알리는 플래카드를 거리
곳곳에 붙는 순간, 이 곳은 또 하나의 ‘음악 도시’로 변신합니다.
올해는 화가 세잔(1839~1906)의 100주기입니다. 관광 가이드에는 2006년쯤 재개관할 것이라고 안내해놓았는데, 현지에 도착하니
벌써 문을 열었다는 포스터가 붙어있네요. 교과서에서 얼핏 보았던 생 빅투아르 산을 볼 수 있다는 호기심에 ‘그라네 박물관’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는 길부터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워낙 ‘미술 문외한’인지라 세잔이 이 산 그림을 여러 점 그렸구나 하는 ‘단순 무식’한
팩트만 머리 속에 집어넣고 나왔습니다. 미술 담당 기자님께 드리는 선물로 브로슈어와 엽서 두 장을 골랐습니다.
역시 음반점을 빼놓을 순 없지요. 이번엔 제발 ‘안 마주치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는데, 결국 작은 안내 팻말 하나에 방앗간을 다시 노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 티켓 구매는 모든 음악 팬들이 간절히 통과하기를 바라는 ‘막판 역전 찬스’입니다.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표를 손에 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지만, 보다 싸게 표를 구입할 수 있기에 그 스릴을 만끽하려는 팬도 적지 않습니다. 현장 판매가 시작하기도 전에, 줄지어 서있는
‘예비 관객’들. 이들 중에 몇 명이나 ‘구원’ 받았을까요.
현재 메인 음악홀로 쓰이고 있는 ‘라르슈베셰 극장(Théâtre de l’Archevêché)’은 건물 두 동(棟) 사이에 무대와
객석을 설치해놓은 반(半) 야외 극장입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우리말로 ‘대주교 교구 교회’쯤에 해당하는 건물을 페스티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이지요. 때문에 무대 전환을 마음껏 할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 공연 중간중간에 남프랑스의 밤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야외에서 클래식을 듣는 기분... 내년부터는 별도의 메인 음악홀을 만들어 개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밤 아홉시 반이나 열시부터 공연이 시작하기에 의아해했는데, 막상 공연장에 앉아있으니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때쯤부터 해가 뉘엿뉘엿
지면서 어둠이 극장에 깔리고, 시원한 밤 공기가 자연스럽게 객석에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예전 아테네 올림픽 취재 중에 살짝 빠져나와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에서 기타 공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뒤로 가장 낭만적인 밤을 이틀이나 보낸 것 같습니다. 비록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없었지만,
목동은 행복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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