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거래세는 낮춘다.’ 현 정부가 2003년 2월 출범 직후에 국민들에게
발표한 부동산 세제방향의 대원칙이다. 그러나 임기 4년째를 맞은 지금, 보유세와
양도세 부담이 폭증한 데 이어 거래세까지 실거래가 과세로 강화돼,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부동산 세부담을
일방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유세·양도세·거래세 동시 강화
정부가 당초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원칙을 내세웠던
것은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은 높은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내게 하고, 그런 집에서 살기 힘들어 팔려는 사람에게는 거래세(취득·등록세)를 가볍게
해줘 집이 쉽게 팔리도록 도와준다는 취지였다. 이렇게 하면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가 사라져 집값이 안정된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다.
그러나 정부는 거래세 세율을 소폭 인하한 대신 과세 기준을 종래 시가표준액(시세의 60% 수준)에서 시세로 변경해 오히려
세부담을 늘리고, 이로 인해 부동산거래까지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
현 정부는 10·29 대책(2003년),
8·31 대책(2005년), 3·30 대책(2006년) 등 해마다 부동산 정책을 내놓아 보유세와 양도세가
수백%까지 뛰었다.
게다가 지난달에는 건교부가 전국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871만 가구의 공시가격을 1년 만에 평균
16.4% 인상해 주택 보유자들의 세부담을 계속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예컨대, 공시가격 10억원인 아파트는 지난해 재산세
343만8000원, 종부세 30만원 등 모두 373만8000원의 ‘보유세’를 냈지만, 올해는 재산세 343만8000원과 종부세 258만원을 합해
모두 601만8000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 세부담이 지난해보다 60%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양도세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작년까지는 공시가격(실거래가의 70~90%)을 기준으로 부과되던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가 올해부터 실거래가로 과표 기준이
바뀌었다.
과표는 20~30% 늘지만, 이로 인해 적용되는 세율이 높아지면서 실제 양도세 부담은 1.5~2배 정도 급증하게 된다.
게다가 내년부터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대상자를 제외한 모든 주택거래의 양도세가 실거래 가격으로 부과돼 세부담이 늘어나는 대상이 크게
확대된다.
◆거래세,
강북은 늘고 강남은 줄어
보유세·양도세에 이어 다음달부터는 거래세까지 강화된다. 정부는 거래세를 낮춘다는 약속에 따라
취득·등록세율을 2003년 2%, 3%에서 올해 1.5%, 1%로 인하했다. 그러나 거래세를 매기는 기준(과표)을 시가표준액(시세의 60%
수준)에서 실거래가로 변경하는 바람에 세율인하 효과가 상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정부는 ‘이중계약서(속칭 다운계약서)’를 근절하기 위해 올
6월부터 실거래가를 등기부에 의무기재토록 했기 때문에 앞으로 실제 납부하는 거래세 부담이 평균 3~10%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예컨대, 서울
성북 길음
동부 센트레빌(33평 아파트)의 경우 작년 등록세(
농어촌 특별세 제외)는 총 839만8000원이었으나 올해는 864만원으로 오른다.
그러나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돼 실제로 거래세를 실거래가로 부과해온 서울 강남지역 등은 올해는 세율인하 효과로
인해 거래세액이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삼성아파트(32평)의 거래세는 작년에 2888만원이었지만 올해는 2700만원으로 감소한다.
재경부는 “아직도 미진한 보유세를 충분히 현실화한 후 거래세를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거래세를 추가인하할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한성대 민태욱 교수(부동산학)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보유세를 올릴 때 당연히 거래세를
확실히 낮춰야 하는데도, 거래세가 지자체 재정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해서 그런지 제대로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강대
김경환 교수(경제학)는 “보유세, 양도세, 거래세 세금이 모두 올라가는 상황에서 주택보유자들이 높은
세금을 물고 평수(坪數)를 줄여 이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박상근 세무사(명지전문대 겸임교수)는 “정부가 보유세를 올리는
계획은 2009년까지 구체적으로 잡혀 있는데, 거래세를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는 계획은 전무한 상태”라며 “이처럼 부동산 세금들을 동시에 올리는
경우는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