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아시아 중동圈

터키 도구베야지트

鶴山 徐 仁 2006. 1. 15. 14:59

13세기 후반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 이런 기록을 남겼다.

“여러분에게 말하건대, 대아르메니아의 높은 산에 노아의 방주가 있다. ‘노아 방주의 산’이라 불리는 이 산꼭대기에는 늘 엄청난 양의 눈이 쌓여 있어 아무도 올라갈 수 없다.”

마르코 폴로가 기술한 그 산은 현재 터키 동부에 있는 해발 5185m의 아라라트 산을 가리킨다. 이 기록을 본 많은 서양 사람들은 가슴을 설렜고 19세기에는 노아의 방주를 보았다는 이도 나타났으나 확실한 증거는 없었다. 그러다 1985년에 미국의 아마추어 고고학자 파솔드는 “노아의 방주를 아라라트산이 아닌, 그 근처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 현장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서부의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갈 경우 터키를 동서로 횡단하게 되는 셈이다. 동부의 에르주룸이란 도시까지 약 20시간이 걸리고, 그곳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5시간 정도 더 동쪽으로 가야 한다. 길은 멀지만 풍경은 환상적이다. 물결처럼 끝없이 굽이치는 구릉과 초원을 따라 하염없이 가다보면 갑자기 하얀 눈으로 뒤덮인 거대한 아라라트산 봉우리가 나타난다.



그 장엄한 모습을 보는 순간 ‘드디어 왔구나’라는 감동이 밀려온다.

아라라트 산 근처에 도구베야지트란 국경 도시가 있다. 그곳에서 동쪽으로 30쯤 더 가면 이란 영토와 맞물리는 국경이 나오니 터키의 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라라트 산 근처를 돌아보려면 자동차를 대절해야 했다. 노아의 방주로 가는 길에 절벽 위 우뚝 솟은 이삭파샤 궁이란 곳에 들렀다. 이 궁은 17세기 무렵 이 지방을 다스리던 쿠르드족의 왕이 건립했는데, 절벽 앞에 서서 황량한 벌판과 멀리 솟구친 산을 바라보니 마치 세상의 끝에 다다른 것만 같았다.

노아의 방주 흔적은 세상의 끝 언저리에 있었다. 이삭파샤 궁에서 산길을 돌고 돌자 ‘노아의 방주 국립공원’이란 영어 팻말 옆에 조그만 전망대가 나왔고 건너편 언덕에 현장이 있었다. 조금 실망스러운 풍경이었다. 배가 아니라 흙이 도드라져서 거대한 배모양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었다.


◇이삭파샤궁과 주변의 풍경.

구약 창세기에 나오듯이, 노아가 자신의 가족과 세상의 동물들 한 쌍과 식물들을 싣기 위해 만들었던 방주는 과연 얼마나 컸을까?

성경에는 길이가 300큐빗, 너비가 50큐빗, 높이가 30큐빗이라고 나오는데 큐빗이란 손끝에서 팔꿈치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정확히 계산하기 힘들지만, 1큐빗을 45㎝쯤으로 계산하면 길이는 135m, 폭은 22.5m, 높이는 13.5m가 되며 이곳에서 발견된 흔적과 비슷한 크기라고 한다. 탐사단은 그곳의 흙에 섞인 금속과 나무 성분이 주변의 흙에 비해 3배나 높다고 주장하며, 각종 가설과 상상도를 전시하고 있었다. 또한 노아의 방주가 아라라트 산에 있지 않고 이곳에 있게 된 연유는 물이 빠지면서 미끄러져 내려왔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그것을 노아의 방주라 믿고 현장에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지만, 비판자들은 노아의 방주는 아마도 거대한 나무 상자 같은 형태의 배였을 것이고 5000∼6000년 전의 기술로 저런 유선형의 배를 만들 수 없다고 의심한다. 또한 5000∼6000년 정도의 세월이라면, 배의 흔적이 더 남았어야지 저렇게 흙무더기만 남을 리는 없다고 비판한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쿠르드족인데 그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었다.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그들의 경전 ‘쿠란’에도 대홍수 얘기가 실려 있고 노아의 방주가 도착한 곳은 ‘주디산’이라고 적혀 있다. 그 산이 아라라트 산을 말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모두 믿고 있는 것은 한때 이 지역이 물에 잠겼으며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들의 믿음이 아니더라도 영국의 인류학자 프레이저에 의하면 세상의 수많은 문화권과 종족들의 신화에는 대홍수 얘기가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하니 대홍수는 분명히 이 세상에 있었던 재앙이었음에 틀림없다.


◇노아의 방주 흔적이라고 일컬어지는 곳.


오늘도 탐사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몇 달 전, 미국의 탐사단이 빙하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노아의 방주를 찾아 아라라트 산으로 떠났다는데 과연 그들은 온전한 노아의 방주를 발견할 수 있을까?

여행작가

이스탄불에서 여행을 시작할 경우, 도구베야지트만 보기 위한 목적이라면 버스보다는 비행기가 낫다. 비행기로 일단 에르주룸이나 흑해 연안 도시 트라브존까지 간 후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도구베야지트까지 가면 된다.

트라브존에서 에르주룸까지는 버스로 약 6시간, 에르주룸에서 도구베야지트까지는 약 5시간 소요. 도구베야지트는 조그만 마을이지만, 터키와 이란을 오가는 여행자들이 많이 드나들어 숙소와 음식점들이 많다. 아라라트산 트레킹도 여행사를 통해 할 수 있다.


■ 에피소드

터키의 버스 여행은 세상에서 가장 쾌적한 버스 여행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터키는 기차보다 버스 산업을 육성시켜서 버스터미널이 마치 공항 대합실 같다. 멋진 버스터미널에서 휴식을 취하다 유럽에서 수입한 쾌적한 벤츠 버스에 올라타면 남자 차장들이 ‘코라니아’라는 알코올성분이 강한 향수를 손에 뿌려 준다. 손과 얼굴에 이걸 바르면 기분이 산뜻해지는데, 처음엔 낯설어서 어리둥절하다가도 익숙해지면 은근히 기다려지는 서비스다. 그리고 커피와 차, 콜라 대접이 이어지고, 흥겹고 매력적인 터키 음악이 흘러나온다. 비스듬히 의자에 누워 차 한잔 마시면서 차창 밖의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은 행복하기 그지 없다.

도구베야지트는 군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주민들이 쿠르드족이다. 독립을 원하는 그들과 터키 정부 사이에는 긴장이 흐르고 있으니, 가급적이면 정치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한때 충돌이 있었지만 지금은 평화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