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상족암을 둘러 보고 감동과 아쉬움을 안은 채 삼천포로 달렸다. 삼천포는 1995년부터 행정구역개편으로 지금은 사천시에 포함되어 사라진 지명이 되었지만.
사천시를 가로 질러 가다 대방동에 이르자 거대한 대교가 눈에 띄어. 부근의 대교 휴게소를 들렀다. 1995년 2월부터 저 건너 보이는 남해 창선도와 사천시 대방동을 연결하는 연육교 공사를 착공하여 2001년 12월에 완공된 다리이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몇 개의 작은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4개의 다리가 이어지며, 다리의 모양도 각각 달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천에서 처음 건너는 사천대교가 사장교 형식으로 가장 장엄한 모습을 보인다. 사장교는 이름 그대로 주교각에서 비스듬히 줄을 당겨 교량의 상판을 지탱하는 방식이다. 서해대교도 사장교 형식이다. 남해대교나 부산의 광안대교는 케이블을 수직으로 드리운 현수교 형식이다.
사천대교의 이름은 여러 가지로 불리어진다. 건설 초기에는 창선-삼천포 대교로 통하다가 삼천포가 사천시로 통합되는 바람에 창선-사천대교로 불리어지다가 이제는 사천대교로 불리어진다.
사장교의 케이블이 생각보다 가늘어 엄청난 무게를 어찌 지탱하는지 의구심도 들지만 왕복 3차선으로 되어 중앙 차선을 가변차선으로 운용하는 것이 아쉽다. 야경이 일품인 것을 잘 알고 있으나 시간은 우리를 위해 기다리려 주지 않기에 아쉬운 대로 담아 온다.
총 연장 3.4Km의 연육교를 지나 창선도를 달린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이 경탄을 자아낸다. 창선도는 원래 부농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곳곳에 동남쪽 해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보며 멋진 펜션과 숙박 시설이 들어서 낭만과 꿈이 서린 휴양지로서 아주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
멋진 드라이브 코스를 10분 정도 달리니 남해도와 창선도를 연결하는 창선대교에 이른다. 창선대교는 10여 년 전에 구 창선대교가 붕괴되었을 때, 우리 가족이 무너진 대교를 보러 와 본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훌륭한 새 대교가 들어서고, 사천대교가 그 후 완성되는 바람에 많은 차량의 소통으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창선대교의 좌우에는 좁은 해협을 이용하여 나무를 바다에 꽂아 멸치를 잡는 시설이 눈에 띈다. 죽방이라고.... 이곳에서 잡히는 멸치는 그물에 상하지 않기에 신선도와 맛이 뛰어나 고가로 팔린다고 한다. 이름하여 죽방멸치이다.
창선대교를 지나 남해 보리암을 향하려 하였으나 지리에 익숙하지 못하여 남해대교로 바로 달렸다. 남해읍을 지나 설천면을 지나며 펼쳐지는 황금 들녘에는 누런 벼가 고개를 숙이고 풍년가를 합창하고 있다. 벼들의 노래에 맞춰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가 몸을 흔들며 화답한다.
남해의 북쪽 끝에 오면 건너편 육지인 하동군의 노량과 연결되는 남해대교가 눈에 들어 온다. 이순신 장군의 남해 노량 해전으로 유명한 이곳에 대교가 들어 서고 남해와 하동을 연결하는 교통이 열리자 남해는 단숨에 역사와 관광의 명소로 부상하게 된다.
남해는 예전부터 서포 김만중 등 여러 정객들의 유배지로 알려진 곳이며 세찬 물살의 노량 해협이 있어 배를 이용해 건너기가 쉽지 아니한 곳이었다. 임진왜란 마지막 해전이요, 이순신 장군이 산화한 곳이라 역사의 산 증인이 되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남해도는 제주도, 거제도, 진도에 이어 우리 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며. 창선·삼천포대교 개통 이전까지 남해도의 관문은 동양 최대의 현수교라 불렸던 남해대교이다. 남해대교는 길이 660m, 높이 80m의 아름다운 현수교로 1973년 개통된지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건설 당시 동양 최대의 현수교인 남해대교는 탄생될 때부터 붉은 빛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했으나 2년 전에는 부식을 이유로 재색으로 칠해졌다가 관광객과 군민들의 반대로 지금의 붉은 빛으로 재단장되었다. 지금의 남해대교 옆으로 4차선의 새 남해대교가 앞으로 건설될 예정이다.
남해 대교를 건너 대교 바로 아래의 횟집에 들러 광어 한 접시와 식사를 하며 대교를 감상한다. 토요일이지만 추석 연휴가 며칠 전이어서 손님도 없고 한가하다. 인정이 넘치는 주인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30여 년 전 남해 대교가 건설될 때는 저 거대한 케이블도 사람이 손으로 당겨서 올렸다고 한다.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라 그만큼 인력이 많이 동원되었다고 해석한다.
저멀리 태양이 넘어 가며 서녘 하늘과 바다를 붉게 물들여 하루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여행의 피로도 운전의 지루함도 다 묻어 버리며 붉은 빛은 칠흑으로 변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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