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4.04.17. 03:00업데이트 2024.04.17. 06:39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아이콘 테슬라가 직원 약 1만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세계에서 10% 이상 인력을 감축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면서 “지난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하면서 역할과 직무가 중복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테슬라 직원 수는 정규직과 계약직을 포함해 약 14만명에 달한다. 이번이 테슬라의 첫 구조 조정은 아니지만 규모 면에선 역대 최대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에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기 시작하면서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 투자를 줄이거나 연기하는 등 본격적인 긴축을 시작했다. 전기차 산업 부동의 1위였던 테슬라까지 구조 조정 대열에 합류하면서 ‘전기차 혹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있는 테슬라 기가팩토리(전기차 생산 시설)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15일(현지 시각) 테슬라의 대규모 감원 계획이 알려진 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5.6% 급락한 161.48달러에 마감됐다. /AP 연합뉴스
◇車 기업으로서 한계 부딪혀
이번에 테슬라 창업 초기부터 약 18년간 일한 드루 배글리노 수석 부사장도 물러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 내부 위기감이 그만큼 큰 것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테슬라가 AI나 SW(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우수한 IT 기업이지만, 자동차 기업으로서는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폴크스바겐이나 현대차·기아, 포드 등 테슬라를 추격하던 기존 완성차 기업은 이 분야가 주춤하자 빠르게 ‘대체재’ 하이브리드 비중을 늘리고 내연차를 더 팔면서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하지만 전기차밖에 없는 테슬라는 대체재가 없다. 또 작년 말 4년 만의 신차인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을 내놨지만 생산 속도가 느려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세계 곳곳에서 가격 할인으로 판매량을 늘려왔지만 그 여파로 작년 4분기 영업이익률이 8.2%로 2022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기존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로 추격해오는 데다, 전체 판매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에서도 BYD(비야디) 등이 부상하면서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1분기 판매량도 38만6810대로 전년 동기 대비 8.5% 줄었다. 코로나 사태였던 2020년 2분기를 제외하면 2016년 이후 테슬라 판매량이 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슬라는 반등을 위해 IT 기술력을 앞세워 자체적으로 만든 자율 주행 기술이 적용된 ‘로보택시’를 올 8월 공개한다. 또 인도에서 추진 중인 현지 공장 건립이 확정되면 장기적으로 반등을 노릴 수 있지만 아직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차, 충전기, 배터리 등 구조 조정 돌입
글로벌 전기차 산업 1위이자 선구자인 테슬라마저 구조 조정을 하면서 자동차 업계에 전기차 혹한기가 본격적으로 닥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곳곳에서 기업들은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그룹은 2026년까지 100억유로(약 14조85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구조 조정에 나선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이나 포드 등도 줄줄이 투자를 미루며 전기차 출시를 늦추고 있다. 2020년 ‘테슬라 대항마’라는 기대를 받으며 상장한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지난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상장폐지됐다.
전기차 전환이 세계에서 가장 빨랐던 중국은 이미 한 차례 큰 구조 조정을 겪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9년 500개가 넘었던 중국 전기차 업체는 작년 기준 100여 개로 줄었다.
배터리, 충전 인프라 등 후방 산업으로도 충격이 확산 중이다. 15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정유 회사 BP는 전기차 충전 사업 인력의 10%를 최근 몇 달 사이 구조 조정했다.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절반 이상 줄면서 미국 세액공제 혜택(1889억원)을 빼면 사실상 약 316억원의 적자를 냈다. SK온도 1분기 2000억~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두 회사는 작년 말 해외 사업장 중심으로 인력 감축과 무급 휴직 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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