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가족 최종 목표는 한반도 공산화
평양이 미사일 발사에 집착하는 4가지 이유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입력2023-04-14 10:00:01
- ● 내부 동요 막기
● 한미동맹 이간
● 한국 국론 분열
● 핵보유국 지위 확보
조선중앙통신은 2월 18일 화성포-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동아DB]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행보를 보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18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화성-17형 ICBM을 발사한 후 “행성(지구) 최강의 ICBM을 보유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이 자리에는 딸 김주애까지 등장시켜 “후대를 위해 핵병기를 양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15일에는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140t 포스 추진력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로켓엔진) 첫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ICBM 연료를 고체화하는 여정에 한 걸음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8일 건군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화성포-17형 이동식 발사대(TEL) 12기와 고체연료 신형 ICBM으로 추정되는 발사대 4기를 선보였다. ICBM의 양적, 질적 증가를 과시하려는 속내로 읽힌다.
2월 18일에는 화성포-15형을 고각으로 발사했다. 올해 들어 첫 ICBM 발사다. 이튿날 조선중앙통신은 ICBM 운용부대 중 1붉은기영웅중대가 전날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ICBM 화성포-15형을 고각 발사했다며 미사일은 최대정점고도 5768.5㎞까지 상승해 거리 989㎞를 4025초간 비행해 동해 공해상의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으며, 강평에서 ‘우’(우수)를 맞았다고 전했다. 또한 미사일총국이 발사 훈련을 지도했고, 사전계획 없이 2월 18일 새벽에 내려진 비상화력전투대기지시와 같은 날 오전 8시에 하달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김정은) 명령서에 의해 불의에 조직됐다고 덧붙였다. 김정은이 명령하면 언제라도 즉각 발사할 수 있는 대비 태세가 갖추어져 있다는 점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군사 업적 부각해 동요하는 민심 결속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동아DB]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은 남측 타격을 목표로 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초대형방사포(KN-25) 등 단거리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왔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전술핵과 5대 전략무기 개발계획을 확정하고, 2022년 1월 모라토리엄 파기를 공언한 이후부터 ICBM 개발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총 30여 회, 70여 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 화성-15, 화성-17 등 ICBM 발사도 8회에 달한다. 김정은이 ICBM 등 핵·미사일 발사 도발에 집착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대응의 첫걸음이라고 하겠다.
첫 번째 노림수는 흔들리는 민심 결속용이다. 김정은에게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내부 동요를 막고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는 일이다. 2011년 아버지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은 당시 나이도 젊고(1984년생), 내세울 업적도 없는 상태에서 1인 지배체제를 단기간에 확고히 하는 길은 한국을 압도하고 최강국 미국에 대적할 핵·미사일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물론 북한 주민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육성 연설에서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을 추진한 것이다.
한미동맹 이간해 美 확장억제 약화결과는 참담했다. 4차례의 핵실험과 수많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상당 수준의 핵·미사일 역량을 확보했지만,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 자연재해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김정은이 자력갱생을 내세우며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하라고 강요하고 있지만, 개성에서 아사자가 나오는 등 식량난에 직면해 있다. 최근 북한은 이른바 ‘애국미’ 헌납을 강요하고 있다. 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2개월 만에 개최해 농업 문제를 단일 의제로 논의할 만큼 절박한 상황이다. 집권 10년을 갓 넘긴 김정은의 업적은 핵·미사일밖에는 내세울 것이 없다.
김정은은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긴장 고조는 미제와 이를 추종하는 남조선의 협박 때문이라고 선전하면서 이러한 위협 상황에서도 우리의 위대한 지도자가 최강의 군사력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동요하는 주민들을 결속하고 어려움을 참아낼 것을 강요하는 일종의 기만 선전 전술인 것이다.
딸 김주애를 ICBM 발사, 열병식 등 군사 현장에 이어 체육경기와 평양 서포지구 건설 현장까지 7차례나 등장시킨 것을 두고 국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김주애를 후계자로 내정했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그동안 북한의 세습 관행이나 제반 요인을 감안할 때 후계자 내정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떻든 열 살에 불과한 딸까지 대동하는 것은 김정은의 고육지책임에 틀림없다. 정권과 체제가 불안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는 방증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노림수는 한미동맹 이간과 확장억제력 약화다. ICBM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탄도미사일이다. 2월 18일 고각으로 발사한 화성포-15형은 사거리가 1만3000㎞다. 화성포-17형은 1만5000㎞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 ICBM 개발에 공을 들이는 것은 기습 발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물론 북한의 ICBM의 완성도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다. 그동안 북한이 단 한 번도 정상 각도로 발사한 전례가 없어 ‘대기권 재진입 역량’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한국 등에서 나오는 지적에 발끈하면서 두고 보면 알 일이라고 반응하기도 해 조만간 정상 각도 발사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ICBM 완성도를 높여 북한이 핵을 사용할 때 워싱턴이 한국을 돕는다면 미국 본토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임을 강조해 한미동맹의 고리를 끊어내려는 것이다.
김정은이 한미동맹을 깨려는 것은 평양의 대남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김일성은 6·25전쟁 때 기습을 통해 남측을 전격적으로 공산화하려 했다. 당시는 물론 한미동맹이 없었다. 군정을 실시했던 미군은 1949년 철수했고, 애치슨라인(태평양방위선)에 한반도가 제외되면서 김일성은 미국이 한국을 버렸으며 전쟁을 일으켜도 미국은 참전하지 않을 것으로 오판했다.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가 공산군 격퇴 결의, 대한민국 지원 결의, 유엔군 구성 결의를 잇달아 채택하면서 미군을 주축으로 하는 유엔군이 결성됐다. 일본에 주둔하던 극동군사령관 맥아더는 6월 29일 한강방어선을 시찰한 후 지상군 투입을 결심하고 7월 5일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를 오산 죽미령전투에 투입했다. 전쟁 발발로부터 불과 10일 만이다.
유엔군 개입으로 김일성의 무력 적화통일 시도는 실패했다. 사정이 이러니 미국이 철천지원수일 수밖에 없다. 김일성은 재침을 노리고 4대 군사노선 등을 통해 군사력을 키웠지만 정전협정과 거의 동시에 결성된 한미동맹은 김일성의 이런 기도를 막는 핵심 장애 요인이다. 북한이 재침하려면 한미동맹을 반드시 해체해야만 한다.
북한은 비핵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를 앞세우고 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은 바로 한미동맹을 가리킨다. 북한은 주한미군이 북침을 위해 주둔하고 있고, 한미연합연습은 북침핵전쟁연습이라면서 미국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한 자위적인 조치로서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적반하장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역량이 강화된다면 북한이 애써 개발한 핵·미사일이 무용지물이 되기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단말마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일련의 담화를 통해 한미연합연습과 전략자산 전개를 지속한다면 이는 선전포고로 간주해 건건사사 엄중하고 지속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기도 하다.
한국 여론 악화시켜 대북정책 전환 강요세 번째 노림수는 한국의 국론 분열과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의 전환을 강요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고도화되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과 한미연합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프로세스 추진이라는 명분 아래 키리졸브, 폴이글, UFG(을지프리덤가디언) 등 3대 한미연합연습을 폐지했다. 사실상 도상 연습 수준의 명맥만 유지했다. 한미 간 확장억제 고위급 협의도 중단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 규탄도 주저했다.
김정은은 2018년 ‘조건부 비핵화’를 구실로 북·미 정상회담과 한미연합연습 중단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누구나 하는 일”이라면서 눈감아주었다. 북한은 별 장애 없이 핵·미사일 역량 강화의 호기를 맞았다. 그런데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했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한미동맹이 강화되고 원칙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하자 김정은은 답답하고 초조해졌다. 지난해 북한은 수많은 미사일 발사와 9·19 군사합의 폐기 수순의 도발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우리 국민의 안보 피로감도 고조됐다. 이는 긴장 고조의 원인과 책임이 윤석열 정부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남측의 대북정책을 뿌리부터 흔들려는 의도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언론이 “강대강 구도”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이는 북한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 한미연합연습 등 억제력 강화 조치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한 매우 당연한 행동이다. 이런 조치를 취하도록 만든 장본인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북한이다. 일각에서는 북한 주장대로 한미연합연습 강화와 전략자산 전개가 평양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김정은에게 심각한 위협이기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논리다. 이는 사실과 다른 잘못된 주장이다. 한미는 정전협정 체결 이후 단 한 번도 북한을 먼저 공격한 일이 없다. 이제까지 모든 도발은 북한이 저지른 것이다. 한미동맹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북한의 재침을 억제하고 방어하는 장치다. 주한미군도 그 목적으로 주둔하고 있으며, 한미연합연습 또한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연습이다.
한반도 공산화마지막 노림수는 핵보유국 지위 확보와 적화 전략 달성 여건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고 안보리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교환카드를 내놓았다. 미국은 영변을 포함한 모든 핵·미사일 역량을 포기해야 하며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방식을 요구했고 회담은 노딜로 끝났다. 여기서 김정은의 속내가 노출됐다. 핵 역량 일부를 포기해 제재 해제를 이끌어냄으로써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경제난도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에 대한 집착은 대남 적화 전략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분단 이후 북한의 대남 적화 전략은 바뀐 적이 없다.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강령은 김정은 정권의 궁극적 목표는 한반도 전 지역의 공산화임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이 한국을 겨냥한 전술핵 탑재 탄도미사일 역량을 강화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몰두하는 것 또한 대남 적화 전략 달성을 위한 것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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