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 생산 독려에…"북 영변 핵시설 매우 분주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2023.04.02 17:13 업데이트 2023.04.02 17:44 업데이트 정보 더보기
정영교 기자 구독
북한의 핵심 핵시설인 영변에서 매우 분주한 활동이 포착됐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인 38노스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의 숫자를 크게 늘리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보도했다. 김 총비서는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 뉴스1
38노스는 지난달 3일과 17일에 각각 촬영한 민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의 실험용 경수로(ELWR)가 거의 완성돼 작동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북한이 경수로 근처에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 우라늄 농축 공장(UEP)을 확장 중인 정황도 있다고 38노스가 전했다.
영변에서의 이 같은 움직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무기 생산 확대 지시와 관련 있다는 게 38노스 측의 분석이다. 북한 관영 매체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지난달 27일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전술 핵탄두인 화산-31형을 공개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해 연말 전원회의(8기 6차)에서 핵무기를 다량으로 생산하고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3년도 핵무력 및 국방발전의 변혁적 전략’을 내놨다.
영변 핵단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평양에서 북쪽으로 103㎞ 떨어진 평안북도 영변의 원자력연구소는 핵 연구 시설뿐만 아니라 핵물질 생산ㆍ재처리 시설까지 갖췄다. 김정은은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이곳의 폐기를 주요 대북 경제제재와 맞바꾸려 했지만, 미국이 영변 이외 다른 핵시설까지 요구하면서 무산됐다.
영변엔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원자로가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1965년 운용하기 시작한 IRT-2000은 현재 멈춰 선 것으로 한ㆍ미는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38노스가 주목한 경수로는 30㎿짜리 원자로다. 2013년께 준공 이후 아직 가동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38노스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위성사진에선 경수로 펌프실에서 75m 떨어진 곳에서 근처의 구룡강으로 물을 내보낸 모습이 관찰됐다. 냉각수 배출로 의심 가는 대목이다. 냉각수 배출 의심 정황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만, 경수로가 작동을 앞둔 것을 시사한다고 38노스는 짚었다.
38노스는 특히 경수로 옆 부지에 가로 42m, 세로 15m의 건물의 토대에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2월 착공한 이 건물은 한 층에 최대 20개의 방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위치상 원자로를 작동하는 직원들의 거처나 연구 또는 엔지니어링 공간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플루토늄 생산을 위해 가동한 영변 5MWe 원자로
영변의 또 다른 플루토늄 생산 시설인 5㎿ 원자로는 여전히 운용 중인 것으로 38노스는 파악했다. 북한은 2008년 6월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며 냉각탑을 폭파했다. 이 냉각탑은 5㎿ 원자로를 식히는 시설이다. 그러나 2021년 7월부터 냉각수 방출 등 5MW 원자로의 작동 징후가 나타났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적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5㎿ 원자로가 낡아 플루토늄 연간 생산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은 핵탄두를 증산하려고 가급적 빨리 경수로를 돌리려 할 것”이라며 “하지만 경수로가 곧 가동할 수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원자로의 사용 후 핵연료 저장 건물, 산화우라늄(UO2)-사불화우라늄(UF4) 변환 건물, 합금 금속 작업실 옆 단층 지원 건물 등 새로 건설하거나 개조하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38노스가 위성사진 분석에서 밝혀냈다. 이는 당분간 사용 후 핵연료를 영변 핵 시설 바깥으로 내보내지 않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게 38노스의 추정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 교수는 “한ㆍ미가 제일 유심히 들여다보는 영변에서 핵 관련 활동을 대놓듯 보여주는 것은 북한이 결코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2일 ‘전쟁광들의 망동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한ㆍ미의 연합 군사훈련 강화를 비난하면서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은 우리가 핵 공격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며 “미국과 괴뢰가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을 걸어오고 있는 이상 우리의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 “핵을 두려워할 줄 모르고 날뛰는 자들에게 만약 전쟁억제력이 효력이 없다면 우리의 핵이 그다음은 어떻게 쓰이겠는가 하는 것이야 너무도 명백할 것”이라며 “망동을 부리는 것만큼 꼭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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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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