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표명 秋가 인용한 시 '산산조각', 시인이 말한 진짜 의미는
[중앙일보] 입력 2020.12.17 10:47 수정 2020.12.1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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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지난달 낸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산산조각' 등 시 60편과 시에 대한 산문이 수록돼 있다. [중앙포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시 ‘산산조각’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한 후 SNS에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전문을 인용해 글을 올렸다. “모든 것을 바친다고 했는데도 아직도 조각으로 남아 있다”는 자신의 해석을 함께 적었다.
정호승 시인의 '산산조각' 전문을 적어놓은 추미애 장관 페이스북. [페이스북 캡처]
정호승 시인은 지난달 10일 시와 산문을 함께 실은 책『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내면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묻는 질문에 “시‘산산조각’에서 스스로 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이 책은 48년동안 쓴 시 1000여편 중 60편을 추려 여기에 대해 새로 쓴 산문을 붙인 내용이다. 정 시인은 “시를 쓴 계기와 배경을 쓰고 싶었다”고 책의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산산조각’ 또한 구체적 경험에 바탕한 시다. “2000년에 북인도 쪽으로 불교 3대 성지순례 여행에서 부처님이 태어나신 룸비니에 갔다. 거기 철조망 앞에 노파 한 분이 가마니를 깔아놓고 흙으로 만든, 손바닥만한 앉아계신 부처님을 기념품으로 파는 것을 보고 사와서 집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자꾸 걱정이 됐다. '방바닥에 떨어져서 산산조각 나면 어떡하나' 집에 있어도 걱정, 밖에 나가도 걱정이었다.”
정호승 시인. [뉴스1]
시는 시인의 상상 속에 부처님이 나타나는 장면 묘사로 이어진다. 정 시인은 이렇게 설명했다. “상상 속의 부처님이 저를 불렀다. 엉금엉금 기어갔더니 한대 머리를 쥐어 박으며 하시는 말씀이 ‘산산조각 나면 산산조각을 얻은 것이 아니냐. 산산조각으로 살면 되지 않느냐’였다.” 그는 “그 말씀이 제 가슴에 날아와 박혀서 이 시를 썼다”고 덧붙였다.
정 시인은 이 시를 두고 “오늘을 걱정하면서 살지 않고 미래를 걱정하면서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살아가다보면 산산조각이 날 때가 있는데 내 인생이 산산조각 나면 어떡하나 걱정을 자꾸 한다. 미래는 어디있느냐 바로 오늘에 있다.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사랑하라는 뜻이다.” 부처님의 말씀을 쓴 마지막 4행이 특히 위안을 주는 부분이라는 말도 했다. “나는 마지막 4행을 마음 속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 많은 독자도 이 시를 자기 자신의 시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고 생각한다.”
추 장관은 ‘산산조각’을 인용하며“산산조각이 나더라도 공명정대한 세상을 향한 꿈이었다. 조각도 온전함과 일체로 여전히 함께하고 있다”며“하얗게 밤을 지샌(지새운) 국민 여러분께 바친다. 사랑한다. 존경한다”고 적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사의표명 秋가 인용한 시 '산산조각', 시인이 말한 진짜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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