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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칼럼] 첫 한·미 정상회담의 계산표

鶴山 徐 仁 2017. 7. 4. 11:12


[김대중 칼럼] 첫 한·미 정상회담의 계산표

  • 김대중 고문

입력 : 2017.07.03 23:24


  

韓 "北과 대화해보겠다" 하니 그간 "대북 인내 끝났다"던 美… "한번 해보라"며 유예해 줘
그러나 마냥 기다리지는 않아… 중국에 "실망했다"는 그런 뜻
트럼프, 北에 엄격해질 것



김대중 고문
김대중 고문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하지만 상응한 대가(代價)를 치르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한국인들이 크게 우려했던 한·미 동맹과 안보의 기본 틀에는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대가'라고 말하는 것은 한·미 FTA 재협상, 방위비 분담, 무역 역조 면에서 부담을 안게 됐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동맹'에 변화가 없다고 해서 북핵이나 북한 문제에 두 대통령이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과 연설에서 북한과 대화를 강조하고 북핵의 단계적 해결을 모색하는 등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생각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섰으니 대화 통로를 열어볼 필요가 있는 것이며 그러니 대북 압박만 하지 말고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기회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의 대북(對北) 인내는 끝이 났다"면서도 문 정부가 해보겠다니 '한번 해보라'는 식의 유예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두고 밀고 당기는 것은 의미가 없어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가 대북 관계에서 지난 십여 년간 해왔고 번번이 실패한 대화를 자신도 한번 해보겠다고 달려든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서 한 급(級) 올라선 상황에서 문 정부의 대화 시도가 의도대로 풀리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이 미온적이고 미국 내에서 "한국에서 더 이상 '위험한 끈'에 매달릴 이유가 무엇이냐"는 회의론이 일기 시작한 마당에 북한이 핵 폐기는 물론 단계적 접근조차 응할 리 만무하다.

문 정부의 대화 노력을 언제까지고 기다려 줄 트럼프도 아니다.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를 계속 개발해나가고 미국을 위협하는 사태가 지속될 때에는 미국은 언제든 고삐를 조일 것이다. 한·미 간 안보 면의 대립과 갈등은 그때부터가 오르막인 셈이다. 다시 말해 트럼프의 아시아 정책, 대한(對韓) 안보 공약, 주한 미군 존치, 더 나아가 한·미 동맹의 근본적 존재 의미 등에 대해서 당분간 그 논의가 동결되는 상태로 보면 된다. 트럼프가 "중국에 실망했다"면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과 하는 거래를 중지시키고 대만에 대한 거액의 무기 판매를 때맞춰 발표한 것은 자기를 '물렁이'로 보지 말라는 경고성 신호로 봐야 한다.

한국이 지불한 대가는 FTA 재협상이다. 백악관에서 재협상 문제가 거론되자 청와대는 재빨리 그런 논의는 없었다고 말문을 막으려 했다. 그러자 미국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의 발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 및 협정 개정 과정을 시작하기 위한 한·미 특별 공동위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나섰다. 일부에서는 트럼프의 말 바꾸기와 덮어씌우기를 거론하고 있지만 어쩌면 '그렇게 하기로 말을 맞춘 것' 같은 인상마저 주고 있다.

트럼프는 노련한 술수의 '꾼'임이 또 한 번 입증됐다. 그는 자신도 집권한 지 얼마 안 됐고 문 대통령은 더 일천한 처지인 점을 감안할 때 한·미 관계에 어떤 '실험'을 도입할 시기도, 처지도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안보 면에서 현상 유지를 한국에 주는 대신 FTA 재협상을 부각함으로써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아메리카 퍼스트'를 과시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트럼프는 좋게 말해 국제적 거래를 중시하는 '전략꾼'이고 나쁘게 말해 거래 자체에만 의미를 부여하는 '장사꾼'이기도 하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있는 동안 우리는 불안할 수도 있고 그것을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중국이 북한을 책임져 준다면 그는 북한, 더 나아가 한반도에 크게 집착하지 않고 동해를 아시아 방어선으로 삼는 애치슨 라인으로 물러설 것이고, 중국의 역할이 미미하거나 중국이 이중 플레이를 한다면 그는 한국과 일본의 존재에 더 무게를 두고 이것을 지키려 할 것이다. 그것은 곧 북한에 엄격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은 때마침 북한의 반(反)인권적 억압으로 미국 학생이 결과적으로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고 트럼프가 중국의 역할이나 이중 플레이에 실망감을 표시하고 있을 즈음에 열렸다는 시기적 요소를 감안할 때, 트럼프가 대북 문제에서 취할 노선은 일단 강경 노선이다. 다만 한국 측의 요청을 감안해 현상을 유지하는 선에 머문 것이다. 자신의 반대자들을 향해 "대통령은 나다. 저들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트럼프는 정통 관점에서 보면 이단자이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쉽게 물러서거나 꺾이지 않는다는 데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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