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이해인

鶴山 徐 仁 2014. 1. 2. 14:55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 이해인*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버리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외롭고 허전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불평이 쌓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만스럽게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나에게 쌓이는 불평과

불만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낙심시키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보니 내가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의 밭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