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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희정, 같은 '親盧 뿌리'에서 대권 경쟁자로/ 조선일보

鶴山 徐 仁 2013. 12. 12.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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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안희정, 같은 '親盧 뿌리'에서 대권 경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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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녹용
    프리미엄뉴스부 기자
    E-mail : jny@chosun.com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해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등에서 일..

 

 

 

 
입력 : 2013.12.12 14:19

 

친노 구심점 역할 문재인, 우클릭 행보 안희정

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30년 친구’다. 다른 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업자’라 불린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안희정 충남지사는 친노(親盧·친노무현)라는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 그것도 둘다 친노 핵심이다. 두 사람이 노무현을 매개로 같이 한 세월의 무게를 따진다면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가기가 힘들다.

그런데 두 사람의 색깔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 들어 달라지는 속도와 강도도 더해 가는 느낌이다. ‘같은 듯 다른’ 사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친노가 ‘친문재인’과 ‘친안희정’으로 분화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2017년 차기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과 안희정 두 사람은 경쟁자가 돼,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인가.
문재인 의원(왼쪽)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2012년 11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정책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일보 DB
문재인 의원(왼쪽)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2012년 11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지방분권 정책토론회에서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조선일보 DB
차기 대선 보고 뛰는 문재인과 안희정
두 사람은 최근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책을 냈다. 그것도 각자에게 꽤 큰 의미를 지니는 책이다.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이후 1년여만에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을 내고 정치 활동을 본격 재개했다. 지난 대선을 성찰하고 차기 대선에 대한 구상을 담았다. 그는 책 출간을 계기로 11월29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차기 대선 재출마 의사도 밝혔다.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선 재출마를) 회피할 생각도 없다”는 말이었다. 문 의원의 이런 모습을 두고 주변에서는 ‘지난 대선때도 보여주지 않았던 권력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그가 차기 대선을 머리속에 두고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11월23일 있었던 안 지사 출판기념회는 인상적이었다. 충남 천안 단국대 천안캠퍼스 체육관에서 열린 그의 책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출판기념회에는 야권의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3000여명이 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당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축사에서 “전당대회 하는 줄 알았다. 대선 후보 출정식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노갑 민주당 고문은 “40대 기수인 안 지사에게서 1970년대 40대 기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보는 느낌을 받았다”고 추켜세웠다. 그냥 말만은 아닌 것 같다. 안 지사가 만약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는 야권의 유력 차기주자 반열에 오른다. 아마 안 지사 머리 속에는 그런 큰 그림이 들어 있을 것이다.

친노라는 같은 뿌리, 하지만 다른 태생
문 의원과 안 지사는 같은 친노 핵심이지만 태생은 조금 다르다. 안 지사는 199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만든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참여하면서 노 전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광재 전 민주당 의원과 함께였다. 이후 쭉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던 안 지사는 2002년 대선 승리를 계기로 노무현 대통령당선자 정무팀장을 맡으며 핵심 실세로 부각됐다. ‘좌(左)희정 우(右)광재’라는 말도 이때부터 얻었다.

하지만 대선 캠프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다가 2003년 불법 정치자금에 연루돼 구속되면서 정작 노 전 대통령 재임때는 아무런 공직도 맡지 못했다. 노무현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참여정부 내내 외곽으로 돌아야 했다. 노 전 대통령이 2008년 1월 안 지사의 출판기념회에 보낸 동영상 메시지에서 “나는 안희정씨에게 엄청난 빚을 졌다”고 말하다가 눈물을 쏟아낸 일화는 유명하다. 이 동영상은 안 지사가 당시엔 공개하지 않았고, 나중에 공개했다. 안 지사는 2007년 대선 패배 뒤 ‘친노 폐족(廢族)’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쓰기도 했다. 안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지사로 당선돼 재기에 성공했다.

반면 문 의원은 참여정부 내내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 등을 지내며 참모로서 노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문 의원은 1982년 부산에서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를 차리고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며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두 사람은 각종 시국 사건 관련 변호를 맡으며 부산에서 이름을 얻었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총선에서 당선되며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이후에도 문 의원은 부산에서 변호사를 계속했다. 그러다 2002년 대선에서 문 의원이 노무현 후보의 부산선대본부장을 맡았고, 참여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로 들어가 노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그는 ‘부산 친노’의 좌장 격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선 부산선대본부 출범식에서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했다. 문 의원은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때 직접 서거 사실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브리핑을 했고, 국민장의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실질적 ‘상주’ 역할을 한 것이다. 두 사람은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1월23일 안희정 충남지사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11월23일 안희정 충남지사 출판기념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과 안희정, 가슴 ‘아린’ 첫 인연
그렇다면 문 의원과 안 지사 두 사람간 직접적 인연은 어떨까. 사실 두 사람의 직접 인연은 별로 찾기 어렵다. 둘이 같이 일을 한 적도 없다. 참여정부 출범 이전에 문 의원은 부산에서 활동했고,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의 참모로서 서울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특별히 만날 일도 없었다. 때문에 서로가 알고 있는 사이이긴 했지만 본격적 인연은 2003년 참여정부 출범 이후부터다. 그런데 그 인연의 출발은 ‘아픈 추억’이었다.

두 사람을 다 잘 아는 친노 핵심 인사의 말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2003년 안 지사가 불법정치자금 문제로 검찰수사를 받고 구속될 당시 문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당시 문 의원이 안 지사를 도와주고 싶어도 검찰을 핸들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던 문 의원은 이후 안 지사에게 ‘미안하고 애틋하고 애잔한’ 마음을 갖게 됐다.”

이 때 일로 안 지사가 문 의원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었지만 주변인들은 그런 관계는 아니라고 전한다. 이후 안 지사가 당 최고위원에 도전하고 충남지사에 출마할 때 문 의원은 도움을 주려고 애를 많이 썼다고 한다. 지난 대선 때 안 지사는 문 의원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지금도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서로 조언을 주고 받는 사이다.

친노 구심점 문재인, 우클릭 안희정
문 의원과 안 지사는 최근 들어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 사람은 이른바 친노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고, 한 사람은 친노의 색깔을 탈피하려는 행보를 하고 있다. 현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낼때도 많다.

가장 최근 두 사람이 박근혜정부에 대한 평가를 한 대목을 보면 결이 다른 것을 확 느낄 수 있다. 문 의원은 기자간담회와 자신의 책을 통해 박근혜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박근혜정부는 이명박정부보다 더 절망적인 퇴행(退行)을 보이고 있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실패를 면하기 어렵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안정치를 이끄는 무서운 대통령이 됐다. 박근혜정부의 행태에서 때 이른 권력의 폭주를 느낀다”고 했다. 상당히 날선 언어로 정면 비판한 것이다.

반면 안 지사의 뉘앙스는 다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각 진영의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역사와 시련이 어우러진 토양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든 밑바탕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민주적 절차에 따라 치러진 대선에서 졌다면 더 이상의 변명은 필요가 없다”는 말도 했다. 안 지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 ‘안 지사의 우클릭’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 지사는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12월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세대가 정권의 주역이 된 것은 5·16 군사쿠데타 이후 40년만이다. 그때는 군인들이 총칼 들고 한강을 건너 정권을 장악했지만 우리는 노사모와 노란목도리를 매고 한강을 건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때 발언과 비교하면 안 지사의 최근 발언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이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월2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11월23일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국을 달궜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을 두고도 두 사람의 스탠스는 달랐다. 문 의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원본 공개까지 주장하며 강공으로 나왔다. 하지만 안 지사는 “국민은 대통령기록물 공개와 전임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여 공격하는 것을 옳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다른 말을 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였던 문 의원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을 때 재협상을 공약했다. 반면 안 지사는 “야당의 한미FTA 반대 논리에 반대한다”고 다른 입장을 보였다.

문, “안 지사 성장 반긴다” VS 안, “영광이다”
두 사람의 이런 차이는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잠재적 경쟁자’ 구도를 만들고 있다. 2017년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어쩔 수 없이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두 사람을 구심점으로 한 ‘친노의 분화(分化)’를 점치는 시각도 많다.

이런 시각에 대해 양측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문 의원의 대변인격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차기 대선 얘기는 아직 먼 훗날 얘기다. 가상의 얘기일 뿐이다”고 했다. 문 의원의 다른 측근은 “문 의원은 안 지사가 정치적으로 더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굉장히 반길 것이다. 만약 정말 대선 국면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온다면 서로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 지사 측 조승래 비서실장은 “4년이나 남은 얘기를 지금 시점에서 미리 말하는 게 의미 없다”고 했다. 안 지사의 다른 측근은 “안 지사는 그런 질문을 받으면 ‘영광이지만 그건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고 답을 한다. 안 지사에게는 지금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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