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가을은 깊어 가는데

鶴山 徐 仁 2013. 11. 3. 21:01

 

가을은 깊어 가는데

 

 

‘비 내리는 가을 저녁에’ 나는 지나갑니다. “잊으려 옛날 일은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나는 갑니다. ‘사랑의 추억’ 속에 나의 인생의 가을은 깊어갑니다.

 

김동길   

 

 

 

 인생에도 계절이 있어 사람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가을은 누구에게 있어서나 서글프고 처량한 계절입니다.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라면서, 눈에 쌓인 겨울을 생각하고 시인 박목월은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하며 사람과 사람의 ‘이별’을 서러워했습니다. ‘낙엽을 밟으며’ 인생을 되씹어 봐야 할 계절이기도 합니다.


문인 이은상은 ‘그 집 앞’이라는 노래를 읊었습니다.

 오가며 그 집 앞을 지나로라면
 그리워 나도 몰래 발이 머물고
 오히려 눈에 띨까 다시 걸어도
 되오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오늘도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을
 외로이 이 집 앞을 지나는 마음
 잊으려 옛날 일을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갑니다.

 

 나의 인생의 여든 다섯 번째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 나이에도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사랑의 추억 속에 오늘도 ‘그 집 앞’을 지나갑니다. ‘비 내리는 가을 저녁에’ 나는 지나갑니다. “잊으려 옛날 일은 잊어버리려, 불빛에 빗줄기를 세며” 나는 갑니다. ‘사랑의 추억’ 속에 나의 인생의 가을은 깊어갑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 2013-11-03, 09:45 ]

'文學산책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11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0) 2013.11.06
기다림/ 용혜원  (0) 2013.11.05
부르고 싶은 이름/ 오광수   (0) 2013.10.30
낙엽계단을 오르다  (0) 2013.10.22
사는 것의 어려움 / 법정스님  (0) 2013.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