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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새어머니가 “여기선 못 살겠다”고 미국행 짐을 쌌습니다. 서울 정릉 산동네를 떠나 미국 메릴랜드로 향했지만, 그곳도 빈민가였습니다.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는 14세 까까머리의 미국생활은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꿔다놓은 보릿자루’로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주린 배를 움켜쥐고 밤새 편의점에서 일하고 아침에 등교했습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임명한 김종훈 씨는 이렇게 청소년기를 시작해서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세계적 통신회사 알카텔-루슨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벨연구소의 사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입니다. 벨연구소는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2만9000여개의 특허를 갖고 있으며 한해 연구비가 30억 달러를 넘는 세계 최대 IT 연구기관이지요.
김 내정자는 고교 때부터 박사 학위를 받을 때까지 하루 2시간 이상 잔 적이 없어 ‘괴물’로 통했다고 합니다. 밤새 일하고 아침에 등교해 수업이 끝나면 쪽잠을 자고 다시 일터로 향했습니다. 신문 배달, 주방 보조 등 일거리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잠이 부족해서 등굣길에서 깜빡 졸다가 교통사고로 황천길 갈 뻔한 적도 있습니다. 지금도 그는 “9시가 되기 전에 성취해라. 그것이 성공의 비결이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업에서 영어를 알아들을 수 없어 편의점에서 책 내용을 파고 또 팠습니다. 그 노력의 결과 존스홉킨스 대학교 전자공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 최고의 통신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해군에 장교로 지원합니다. 7년 동안 원자력잠수함에서 최첨단 기술을 몸으로 익히며 존스홉킨스대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메릴랜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손에 쥡니다.
김 내정자는 1992년 큰딸 이름을 붙인 ‘유리 시스템즈’사를 설립합니다. 그는 회사 설립 얼마 뒤 “10억 달러 가치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다”며 집과 신용을 담보로 당시 필요한 공간의 4배가 되는 건물을 구했습니다. 또 윌리엄 페리 전 국방부 장관,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 등 거물을 이사로 영입합니다. 그는 마침내 다른 네트워크 간에 통신이 가능한 통신장치를 판매하면서 승승장구, 《비즈니스 위크》지로부터 최고의 성장 기업으로 선정됩니다. 1998년 회사를 루슨트 사에 10억 달러에 매각, 《포보스》로부터 미국의 400대 부호에 선정됐고요.
그는 지분의 40%를 임직원에게 나눠주고 루슨트의 광대역네트워크사업 부문 사장으로 활약하다 메릴랜드 대학교 교수로 자리를 옮깁니다. 루슨트의 헨리 샤키 회장으로부터 벨연구소 사장직을 제의받고 고사했지만 샤키 회장이 3개월 동안 사장직을 공석으로 남겨두고 삼고초려하자 벨연구소로 자리를 옮깁니다. 그리고 위기의 연구소를 정상화시키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합니다.
김 내정자는 억만장자이지만 딸과 함께 비행기를 탈 때는 3등석을 타곤 합니다. 그는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편안함이 아니라 역경”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아무리 어려운 때에도 마음속에 아래와 같이 되새겼다고 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해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낫게 살자. 오늘 하루 1달러를 저축하면 내일은 오늘보다 1달러가 더 많은 것이다. 단어 하나를 더 외우면 내일 영어 단어 하나를 더 알게 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항상 즐거운 마음을 갖자. 왜냐하면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질 것이므로.”
그는 얼마 전까지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 사람을 어떻게 대한민국 장관으로…”하고 반대한다고 합니다. 글쎄요, 기우가 아닐까요? 우리 축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구스 히딩크처럼, 연고에 얽매이지 않고 R&D 시스템과 ICT 환경을 선진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껏 역경을 이겨온 내공이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제 기대가 너무 큰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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