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엥겔계수는 19세기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이 발견한 법칙으로 가계의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식료품비의 비중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하락하고 생활형편이 나빠지면 올라간다.
주류·담배의 지출액은 11년만에 처음으로 줄었고, 교육비 지출액도 199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리와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가계의 지출여력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생활형편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한국은행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전체 소비지출액에서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3.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3%보다 0.7%포인트 상승했다. 2000년(13.4%)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9월 가계의 명목 국내소비지출액은 2.4%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소비는 7.8% 증가한 결과다.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품의 비중은 1∼9월 기준으로 ▲2002년 12.7% ▲2003년 12.5% ▲2004년 12.9% ▲2005년 12.6% ▲2006년 12.2% ▲2007년 12.1% 등이었다.
식료품비는 소득 증감 여부에 따라 지출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필수 소비품목이다. 따라서 식료품비의 지출 증가는 다른 소비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소득이 줄거나 정체된 가운데 식료품비 등으로 사용하는 돈이 증가하면 다른 분야에서 지출할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류·담배의 지출액은 11년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올해 1∼9월 중 주류·담배에 대한 가계의 명목 지출액은 10조 49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조 6637억원보다 1.6% 감소했다. 환란 당시인1998년(-3.0%)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 전체 소비지출액에서 주류·담배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7%에서 올해 2.6%로 떨어졌다.
올 들어 9월까지 명목 교육비 지출액은 30조 63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조 9880억원보다 2.2%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이 증가율은 1998년(-3.2%) 이후 최저다.
교육비의 실질 지출액 증가율은 -0.3%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료·보건의 명목 지출액은 26조 96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늘었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1%에서 6.6%로 올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공공요금이 인상되면 가계의 지출 여력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내수를 통한 경기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